<8>예전에 산 물건, 뒤늦게 미납분이 있다며 청구서 날아온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하는 진짜 복지이야기]

이상훈 변호사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이상훈 변호사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혼자 아이를 키우는 김정화 씨는 2000년에 아이 책을 구입하면서 구입대금 200만 원을 모두 지급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T법률사무소로부터 책값 미납분 20만 원과 이자를 합하여 12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소송예정통보서를 받았다. 김 씨는 너무 황당했다. 지급할 여력이 없었거니와 지금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가 이제 와서 그 많은 돈을 지급하는 게 과연 적법한 것인지 궁금했다. 김 씨는 필자가 일하는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 상품대금 채권 소멸시효는 3년

이런 유형의 상담이 간간이 접수된다. 과거에 채권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거나 존재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채권을 근거로 부당한 대금을 청구하는 사례들이다. 이런 사례가 지금까지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다만 달라진 것은 종전에는 ‘압류와 강제집행 최후통지’ 같은 식의 문구를 붉은색으로 표기해 심리적 압박감을 주었는데 지금은 변호사 수가 많아져서 그런 것인지 법률사무소 이름으로 통지서가 날아온다는 점이다.

○ 채권추심 통지문 오면 소멸시효 확인

상품에는 유통기한이 있고 상품대금을 달라는 채권에는 소멸시효가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의 소멸시효는 1∼10년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상품대금을 달라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학습지값, 책값, 화장품값 모두 변제기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에 걸려 갚지 않아도 된다. 충동적으로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했다가 후회하고 청약 철회와 물품 반환을 요청한 경우 철회를 한 증거가 없다 하더라도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3년이 지났다면 채권은 소멸된다고 결정하였다.

이렇게 엄연히 소멸시효란 게 있는데 업체들은 왜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일까. 이는 채무자가 언제든 대금을 변제하면 받아도 되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밑져야 본전이므로 무조건 청구하는 것이다. 업체가 직접 청구하거나 추심업체에 채권을 양도하기도 하고, 앞의 사례처럼 법률사무소를 동원하기도 한다. 일부라도 갚으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며 회유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난데없이 채권추심통지문이 집으로 배달됐다면 당황하지 말고 우선 소멸시효부터 확인해야 한다. 상품을 구입한 지 3년이 지났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 있다. 만약 업체가 법원에 대금을 지급해 달라는 신청을 해 법원으로부터 대금을 지급하라는 ‘지급명령’이 날아올 수도 있다. 또 구입하지 않은 상품 대금을 내라거나 이미 낸 대금을 다시 내라는 식의 ‘부당’한 지급명령이 올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14일 이내에 이의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 부당한 지급명령땐 14일내 이의신청


지급명령이란 ‘간이 서면 재판’이다. 법원에서 신청인의 주장을 일단 믿고 우선 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린 후,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만 정식 재판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만일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신청인의 주장에 승복하는 것으로 보아서 재판이 확정된다. 확정된다는 것은 내 재산이 바로 압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보다 후폭풍이 크다.

이의 제기 기간은 14일이다. 이의신청서는 ‘이의한다’라고 한 페이지로 간단하게 작성하면 된다. 그런데 의외로 14일 이내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다양하다. 바빠서 법원에 갈 시간이 없다거나 깜박 잊었다거나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무시하거나 보기 싫어서 내팽개치기도 한다. 안타까운 사정은 법원에 외출하기 힘든 장애인이나 홀몸노인에게 배달되는 경우이다.

만일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훨씬 복잡한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귀찮더라도 초반에 조금 신경을 쓰는 것이 큰 피해를 당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상훈 변호사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복지#채권#소멸시효#지급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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