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乙未)년에서 ‘乙’은 을목(乙木)을 뜻한다. 갑오년(甲午年)의 갑목(甲木)이 대들보를 만드는 큰 나무를 뜻하는 데 비해 을목은 연하고 부드럽고 작은 나무를 뜻한다. 즉 화초, 농작물, 유실수를 포함하며 사람들에게 먹을 양식과 기쁨을 주는 초목이다. ‘未’는 띠로는 양띠를 뜻하며 땅을 의미하기도 한다.
양은 우리나라보다는 서양에서 더욱 중요시하는 동물로 온순하며 동서고금에 걸쳐 인류에게 고기와 젖과 털을 제공해 온 고마운 동물이다. 양은 체구가 작고 생김새가 귀여워 어린 양을 보면 안아 주거나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 양은 발톱이 있으나 다른 짐승들과 같이 남을 할퀴지 않고 이빨이 있어도 범이나 사자와 같이 물어뜯지 않으며 뿔이 있어도 소와 같이 남을 공격하지 않는다. 그래서 양의 날인 미일(未日)은 좋은 날로 본다.
여섯 개의 爻, 충돌로 다툼 많아져
양띠 해에 출생하면 아들이나 딸을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한다. 양띠 딸은 특히 사랑을 많이 받는다. 양띠 여자는 착하고 끈기가 있고 과묵한 성격의 요조숙녀이자 부잣집 맏며느릿감으로 인기가 높다. 양띠는 행실이 선량하여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덕을 고루 갖추어서 옛날부터 ‘구박받지 않는다’는 풍속이 있었다. 한자에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아름다울 미(美) 자는 양(羊)에 큰 대(大) 자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글자이며 착할 선(善) 자와 옳을 의(義) 자도 모두 ‘羊’ 자와 결합되어 만들어진 글자들이다.
2014년 갑오(甲午)년은 주역의 괘상이 천산돈(天山遯)이 중산간(重山艮)으로 육충괘가 되어 나라가 온통 시끄럽고 어지러웠다. ‘주역으로 본 갑오년’(동아일보 2014년 1월 1일자 A35면)에서 필자는 ‘갑오년은 사회 내부의 혼란이 가중되어 도망하여 숨을 일이 많거나 숨을 사람이 많은 한 해’로 전망했다. 실제로 갑오년은 세월호 사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인사 파동 등 큰 사고와 혼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 을미년은 어떨까?
을미년은 주역의 괘상으로 보면 천산돈이 변하여 중풍손(重風巽)이 되었다. 주역으로 볼 때 을미년에는 여섯 개의 효가 모두 충돌하여 갑오년보다 오히려 다툼이 많아져 세상이 시끄럽고 어지러운 한 해가 될 것이다. 민생을 살피고 백성이 하는 일을 도와주고 보살펴 주어야 하는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여 국민의 불편이 많고 원성이 높아질 것이다.
중풍손의 손(巽)괘는 순종을 의미하는 괘인데 순종은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순종을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마련이다. 괘가 육충괘가 되어 여섯 개의 효가 서로 충돌하고 있어서 다툼으로 인하여 서로 갈등이 깊어지니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일방적으로 명령만 내리고 잘되기를 바라지 말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는지를 살펴 화합으로 풀어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巽)은 바람으로 백성들의 마음은 바람과 같이 수시로 변하여 순종하지 않고 원망하게 된다.
정부, 소통과 화합으로 국민 살펴야
재물과 재물이 서로 충돌하여 재물이 파괴되어 사방으로 흩어지니 나라의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아 민생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서민의 생활은 활력을 잃어 즐거움이 없다. 이러한 국민의 어려움을 예측하고 대책을 세워 대비하여야 할 정치인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갈등만 일으켜 원성이 높아질 것이다. 문서와 자손이 서로 상충하여 나이 먹은 사람과 젊은이가 서로 다투니 인의와 예절이 무너지고 사회적인 정의와 화합이 깨져 삶의 질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사회의 지도층은 예의를 지키고 자기 본분을 다하여 물의를 일으키지 말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정부의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나 정치인과 부자, 지식인들이 제 일을 제대로 하고 분수를 지켜 나가면 청소년들과 아랫사람들은 자연 자기 본분을 거역하지 않을 것이다.
을미년은 관(정부)과 나와 같은 형제(나의 이웃이자 나라의 일반 백성)가 서로 충돌하고 다투니 힘없는 서민들이 관의 억압과 제재를 당하는 형국이다. 국가의 기강이 서지 않으며 서민은 공무를 집행하는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원망하게 된다. 이러한 것을 해결하려면 국민이 공감할 만한 인재를 폭넓게 등용하고 위로부터 쇄신하며 공무원들의 근무 조건을 좋게 해 주어 백성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삶이 편안해지고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우방이라고 생각하고 믿었던 이웃 나라들과의 돌발적인 충돌과 도발로 어려움이 생긴다. 한일 관계도 잘 안 풀리고 남북관계도 소리만 요란할 뿐 충돌과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7, 8월 가뭄에도 벼-과일 풍작
한 해의 농사는 어떨까? 오래전부터 주역은 기상을 예측하고 풍년과 흉년을 내다보는 데도 활용되어 왔다. 다행히 을미년 농사는 벼와 과일 등의 풍작이 예상된다. 벼와 곡물은 풍년이 들어 소출이 많이 늘어나고 과일은 달고 맛있을 것이다. 농사는 비가 적당히 내려야 한다. 다만 봄 가뭄이 있을 것이고 여름인 7월 8월에는 가뭄이 심하고 풍해가 다소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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