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황인찬]뽀로로와 우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03시 00분


황인찬 사회부 기자
황인찬 사회부 기자
지난달 ‘뽀로로 택시’를 탔다. 한 달여 전 아내가 발 빠르게 예약한 덕택이었다. 토요일 아침 필자는 늦잠 대신 다섯 살 아이와 함께 ‘택시 나들이’에 나섰다.

뽀로로 택시는 예약 시간에 맞춰 집 앞에 서 있었다. 솔직히 첫 인상은 실망스러웠다. 중형 개인택시 외부에 뽀로로 캐릭터가 입혀져 있고, 대시보드 위에 뽀로로와 그 친구들인 크롱 패티 등 인형이 앉아 있는 정도였다. 출발하자 뽀로로 노래가 흘러나왔다.

심드렁한 필자와 달리 아이는 즐거워했다.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연방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아빠 미소’가 절로 나왔다. 가는 동안 60대 택시 기사와 대화를 나눴다. 뽀로로 택시의 인기 덕에 경기 지역 가족들까지 서울시 경계선까지 나와 택시를 탄다는 얘기, 기념 촬영을 요구하는 승객이 많아 자신도 유명 인사가 된 것 같다는 얘기가 재미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은 말이 있었다. “예전에는 과속도 하고, 끼어들기도 했지만 뽀로로 택시를 몰면서 조심하게 됐습니다. 밖에서 보는 눈도 있고…. 아이들을 태우니 저도 모르게 안전 운전을 하게 되더군요.”

화제의 택시는 또 있다. ‘우버(Uber) 택시’다. 2013년 8월 국내 영업을 시작한 우버는 불법 콜택시 영업 논란을 빚어 왔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우버처럼 렌터카나 자가용이 손님을 태우고 요금을 받는 행위는 불법이다. 서울시가 2일부터 우버 영업을 신고하면 최고 100만 원을 주는 포상금제를 시작했다. 이어 검찰은 우버 한국지사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우버에 단속과 처벌 의사를 밝힌 정부 방침은 당연한 절차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우버를 둘러싼 논란이 이렇게 귀결되는 것은 유감스럽다. 우버가 논란 속에서도 짧은 기간 승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이유에 대한 분석은 뒷전인 것 같아서다.

우버 서비스 가운데 ‘우버 블랙’(고급 콜택시)은 기존 모범택시보다 비싸다. 하지만 승객들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친절하고 안락한 서비스를 선택했다. 특히 우버의 ‘별점제’는 눈여겨볼 만하다. 승객은 운전사를, 운전사는 승객에게 별점을 줄 수 있는데 4.6점(5점 만점)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승객과 운전사는 우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적어도 우버를 이용하면 불친절한 택시를 만날 확률이 적은 셈이다.

서울시도 지난달 새 택시 서비스를 내놨다. 과거 택시 운행 데이터를 분석해 빈 택시가 많은 곳, 승객이 많은 곳 등의 정보를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정보는 유용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정작 빈 택시를 찾아도 운전사가 승차 거부를 하면 그만이다.

우버 논란은 1년 넘게 지속됐다. 정부 당국은 처벌 방침과 함께 택시 서비스 개선책도 함께 내놓아야 했다. 우버에 대한 택시 업계의 불만 못지않게, 택시에 대한 승객의 불만도 높기 때문이다. 뽀로로 택시 같은 이벤트도 좋지만, 승객들은 친절한 보통 택시를 더 원한다.

황인찬 사회부 기자 hic@donga.com
#뽀로로#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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