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하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낱말이다. 그런데 두 예문에 나타난 달달하다의 말맛은 전혀 다르다. 뜻도 확연히 구분된다. 앞이 ‘달다’는 맛과 관계된 것이라면, 뒤에 것은 잔재미가 있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나 느낌을 나타낸다. ‘달콤하다’란 낱말이 있는데도 언중은 달달하다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다른 뜻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달달한 드라마, 달달한 음악 등의 표현이 넘쳐나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 사전에 올라 있는 달달하다엔 두 가지 뜻이 모두 없다. ‘춥거나 무서워서 몸이 떨리다’ ‘작은 바퀴가 단단한 바닥을 구르며 흔들리는 소리가 나다’는 뜻만 있다. 추워서 달달 떨거나 손수레를 달달거리며 끌고 갈 때만 쓸 수 있다. 언중의 말 씀씀이와는 동떨어져 있다.
우리 사전은 맛을 표현하는 단어를 표제어로 삼는 데 인색한 편이다. ‘들큰하다’는 들큼하다(맛깔스럽지 아니하게 조금 달다)의 경북·평북 지역 방언으로, 달큰하다(꽤 단맛이 있다) 역시 북한에서 쓰는 말로 묶어두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달새콤하다, 짭쪼롬하다는 아예 사전에 올라 있지도 않다.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울 때 쓰는 ‘슴슴하다’도 ‘심심하다’만 쓸 수 있게 했다. 북한에서 들큰하다와 달큰하다, 슴슴하다를 모두 문화어로 삼은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달달하다 못지않게 사람들의 말 씀씀이가 무시되고 있는 낱말이 ‘꿀꿀하다’가 아닐까 싶다. 우리 사전은 ‘돼지가 소리를 내다’는 뜻만 올려놓았다. 허나, 사람들은 하나같이 ‘오늘 기분도 꿀꿀한데 어디 가서 술이나 한잔 하자’ ‘날씨가 꿀꿀하다’처럼 쓴다. 같은 뜻으로 쓰는 ‘꾸리꾸리하다’도 비속어 냄새를 풍겨서인지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다.
말도 생로병사의 길을 걷는다. 그 과정에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지기도 한다. 그렇게 만드는 주체는 말의 주인인 언중이다. 사전이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언중이 만든 말이 사전에 오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말은 뜻풀이를 추가하거나 표준어로 삼는 게 마땅하다.
좋은 일이 많이 생겨 꽃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어느 꽃집 주인의 말처럼 꿀꿀한 일일랑 사라지고 달달한 얘깃거리가 넘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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