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숙종]조정과 전략 필요한 한국의 공공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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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우호적 여론 조성 위해 외국 국민 상대 벌이는 외교
정책 조율할 컨트롤타워 없고 한류 대중문화에만 너무 의존
‘韓, 中에 경도’ 美 일각 의구심… 日서 번지는 嫌韓 감정 해소할
전략적 외교 가동 시급하다

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해 말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연달아 열린 두 개의 한반도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두 회의 모두 동일한 워싱턴 싱크탱크가 주관했다. 며칠 후 한국의 민간재단이 다른 유수한 싱크탱크와 세미나를 개최해 일주일 사이 워싱턴에서는 한국 관련 회의가 세 차례나 열렸다. 미국 내에 한반도 전문가가 많은 것도 아니어서 상당수가 겹치기 출연했다. 한국에서 사람들만 바뀌어 와서는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이들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관민 간에는 물론이고 정부 부처 사이에서도 어떤 국제회의가 언제 있는지 서로 모른다. 미국만이 아니다. 한국 전문가들이 자주 찾는 중국과 독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종종 벌어진다.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 열리는 이 회의들은 공공외교의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인가?

전통적 외교가 정부 간 외교라면 공공외교는 정부가 자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외국의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외교이다. 공공외교는 원래 냉전기 강대국들이 체제경쟁 속에 이념적 선전을 목표로 시작했다. 강대국뿐만 아니라 중견국도 공공외교에 나서게 된 것은 냉전이 종식되고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라는 트렌드가 심화되면서 외교의 방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민주화로 국민 여론이 외교정책 영역에서도 중요해지면서 국민이 반대하는 외교를 펼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따라서 정부들은 상대국 정부만이 아니라 그 국민도 외교의 대상으로 삼게 됐다. 게다가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국제 뉴스와 정보를 접하면서 외교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스마트한 공중이다. 발 빠른 정부들은 이들과 연결되기 위해 디지털 공공외교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국제관계에서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하드파워 못지않게 한 국가의 설득력, 조정력, 평판 같은 소프트파워가 중요해진 것도 공공외교의 비중을 높게 만들었다. 외국인들이 자국의 이미지와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소프트파워를 얻는 것인 만큼 정부는 공공외교에 힘쓸 수밖에 없다. 경제력 있는 국가들은 자국의 언어와 역사를 해외에서 가르치고 문화를 소개하는 문화원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운영한다. 문화영역이 국제적 이해의 근간이 되므로 공공외교의 기본은 문화외교이다. 그러나 최근 공공외교는 문화영역을 넘어 핵심 외교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또 특정 이슈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전략적 공공외교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공공외교는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두 기관이 주로 관장하고 있다. 문화영역은 문화부가 관장하는 한국문화원과 여러 개의 국제어로 방영되는 아리랑TV가, 한국학과 한국관련 정책연구 지원은 외교부 산하 국제교류재단이 맡아왔다. 최근에는 한글의 국제적 보급을 위한 세종학당재단과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한식재단이 각각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외교부는 공공외교를 외교정책의 주요 축으로 정립하면서 문화외교국에 공공외교정책과를 별도로 만들었고 국민참여형 공공외교 프로그램도 최근 시작했다.

이같이 공공외교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정부 부처들의 유관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추진체계에 컨트롤타워가 없어 정부 부처 간 정책 조율이나 정보 공유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가정책으로서 통일 어젠다가 설정되면서 통일공공외교가 중요해졌는데 공공외교의 주무 부처인 외교부와 통일정책의 주무부처인 통일부 간에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화외교는 외교부와 문화부가 협력보다는 각자의 사업을 하면서 중복되는 사례가 생긴다. 다른 하나는 전략적 공공외교의 실종이다. 한류의 성공 이후 공공외교 콘텐츠에 대중문화 비중이 커진 반면 전략적 공공외교 개발에는 진전이 없다. 한국이 중국 편으로 기운다는 미국 여론주도층의 의구심 불식이나 일본사회에서 위험한 수준으로 번지고 있는 혐한감정 해소는 당장 가동해야 할 전략적 공공외교 과제이다. 외교부가 최근 공공외교 예산으로 178억 원을 확보했다고 하니 올 해는 전략적 공공외교의 전개를 기대해 본다.

효과적인 공공외교 추진체계 마련과 전략적 공공외교의 개발이 있어야 모처럼 중요해진 공공외교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공공외교#컨트롤타워#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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