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김치.’ 요즘 밥상의 단골손님이다. 손가락 굵기의 어린 무를 무청째 담근 김치다. 그런데 왜 하필 ‘총각김치’일까. 무나 배추 한 가지로만 담근 김치를 ‘홀아비김치’라고 하니 알 듯싶다가도, ‘처녀김치’는 없으니 궁금증이 더한다.
총각은 한자어로 ‘總角’이다. 지금은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자’를 가리키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총(總)은 ‘거느리다, 묶다’, 각(角)은 ‘뿔’을 뜻한다. 그러니 총각은 ‘머리를 땋아서 뿔처럼 묶는 것’이고, 총각무의 총각은 ‘머리처럼 땋아서 묶을 수 있는 무청’으로 볼 수 있다(조항범,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한 줌 안에 들어올 만큼을 모아 묶은 미역을 ‘총각미역’(표준어는 ‘꼭지미역’)이라 하는 걸 보면 ‘총각’은 분명 묶는 것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총각무로 담근 김치가 총각김치고, 총각무로 담근 깍두기가 ‘총각깍두기’다. 처녀무가 없으니 처녀김치는 애당초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총각이라는 단어는 일본으로 건너가 ‘총가(チョンガ)’라는 말로 살짝 바뀌었다. 뜻은 ‘결혼하지 않은 성년 남자’로 우리말과 같다.
깍두기 얘기가 나왔으니 ‘석박지’ 얘기도 해보자. 가끔 설렁탕집 같은 데서 내놓는 엄청 큰 깍두기를 ‘석박지’ ‘석박김치’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틀렸다. 크기에 관계없이 무로 담근 김치는 ‘깍두기’일 뿐이다. 우리말에는 ‘석박지’란 단어도 없다. ‘섞박지’가 옳다. 배추와 무, 오이를 섞어 만든 김치라는 뜻이다. ‘석박김치’는 북한어다.
총각무를 ‘알무’ ‘알타리무’라 하는 사람도 많다. 허나, 이들 단어도 이젠 표준어가 아니다. 1988년 개정 표준어 규정은 알무, 알타리무가 생명력을 잃었다고 보고 총각무로 통일해 쓰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한자어로 통일하기 전에 알무나 알타리무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무’도 그렇다. 무우를 버리고 무로 통일했다. 어느 시인은 ‘무우’ 대신에 ‘무’를 쓰지는 않겠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무 역시 서울 중심의 편의성만 앞세운 단어라는 것이다. 무가 옳든 그르든, 김치나 깍두기 말고도 따뜻하고 시원한 뭇국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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