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의 목표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특별히 아팠던 적은 없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면 일상생활도 좀 더 활기차게 될 것 같다.
한국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내 몸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채소 섭취량이 늘었다. 단것을 먹을 기회도 많이 줄었다. 일본에서는 건강보조제를 많이 섭취했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음식을 통해 영양분을 얻게 됐다. 그 점이 참 고맙다.
목표 달성을 위해 3년 만에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우선 검진센터의 시스템이 맘에 들었다. 신청할 때부터 종료될 때까지 체계적으로 돼 있어 쾌적하게 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옷을 갈아입은 뒤 검진받는 사람의 정보가 담겨 있는 팔찌 같은 밴드를 손목에 찼다. 검사실 앞 인식기에 손목을 태그하니 대기하는 시간 낭비도 없이 착착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일본은 아직 이런 시스템이 없다. 검사실 앞마다 3, 4명이 기다리고 가운이 얇다 보니 추워서 벌벌 떨기도 한다. 검사 장소도 제각각이어서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녀야 한다. 당연히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번에 한국에서 검진할 때는 미리 검사센터에 문진표를 보냈다. 일본에서도 문진표 작성을 해야 하는데 한국 병원의 문진표는 양이 너무 많았다. 모두 읽고 쓰는 데 1시간 이상이 걸렸다. 일상생활이나 습관에 관련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서도 ‘스트레스’ ‘음주’ ‘도박’ 항목이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일본에서 받은 문진표에는 도박 항목이 없었다).
일본에서는 몇 년 전 대기업 제지회사 사장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 드나들고 도박에 쓰려고 회삿돈을 약 100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있었다. 순간의 쾌락을 추구하다 중독된 것이겠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엄청났다.
도박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이 다른 점은 빠찡꼬다. 한국은 빠찡꼬가 금지된 것 같다. 일본은 동네 곳곳에 큰 빠찡꼬 가게가 있다. 음침한 분위기가 아니라 오락실 같은 분위기여서 일반인도 많이 간다. 그러나 주부들의 중독이 너무 심해 사회 문제가 일어난 일도 있다. 예를 들어 여름에 빠찡꼬 가게에 들어가면서 뜨거운 차량에 어린아이를 장시간 혼자 앉혀 놨다가 아이가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건이 몇 건 있었다. 반면 술과 관련해서는 한국보다 관용의 범위가 좁다. 술 때문에 사람 간에 신용을 잃는 때가 많다.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한 표현은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는 말이었다. 한국 친구들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스트레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일본인들 대화에는 그리 많지 않은 단어다.
나라를 불문하고 스트레스를 느끼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한국인에게 스트레스라는 말은 본래 의미 이외에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스트레스도 많고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기 위해서 음주도 많이 한다.
아무튼 한국 검진에서 스트레스 술 도박과 관련해 문진표에 상세하게 기록하도록 한 것은 흥미로웠다. 초기에 의사와 면담한다면 좀 더 관리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사회에 사는 만큼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건강한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수년 전부터 ‘슬로 라이프(느린 삶)’이라는 말이 아예 일반인이 많이 쓰는 표현으로 정착했다. 복잡한 대도시 생활을 버리고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시골로 내려가 농업을 시작하는 젊은이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스트레스 사회에서 탈출해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것. 그런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 일본 내에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리라.
검진 결과 다행히 나쁜 곳은 없었다.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 높아서 3개월 뒤에 재검사를 하자는 말만 들었다. 검사 통지서에 다음번 검사 비용까지 적혀 있었는데 이건 정말 한국답다.
그건 그렇고 올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재검사 때까지는 꼭 다이어트에 성공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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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니시 히로미 씨는 한국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주부다. 한국에서 산지도 4년째에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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