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나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변호사들이 위원회 결정에서 파생한 소송의 변호인을 맡은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과거사위나 의문사위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의혹 사건을 조사한 뒤 인혁당 민청학련 등 200여 사건에 대해 “정부에 의해 조작됐다”며 재심 청구를 했다. 이후 피해자 측은 국가를 상대로 줄줄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국가기관인 위원회에서 활동한 변호사들이 이들의 소송대리인을 맡는 것은 불법이다. 변호사법은 ‘공무원으로 직무상 취급했던 사건’의 수임을 제한하고 있고 과거사법은 ‘위원은 공무원으로 본다’고 돼 있다. 법관이나 검사가 재직 시 맡았던 사건을 퇴직 후 수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재심 결정이 내려진 과거사 사건 중 상당수는 법원에서 개인당 수억 원 혹은 수십억 원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은 소송가액 총 4000억 원의 관련 소송을 ‘독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변호사들이 관행대로 약 20%의 성공 보수를 받는다면 공직을 수행하면서 얻은 정보로 막대한 사적 이익을 얻는 셈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변호사는 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로 알려졌다. 민변은 지난해 유우성 간첩 의혹 사건에서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을 밝혀내 이를 사실상 묵인한 검찰에 패배를 안겨줬다. 이후 검찰은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민변 변호사 5명을 기소하고 수사를 방해한 민변 변호사 2명을 징계해 달라고 변협에 요구했다. 검찰과 민변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번 수사가 진행돼 민변이 반발하고 있다.
재심 사건의 판결이 나오기 시작한 지 수년이 흘렀다. 그동안 민변 변호사들의 불법적 수임을 모르지 않았을 검찰이 왜 지금에야 불법 수임 수사에 나선 것인지 의문이다. 검찰은 민변 변호사들을 표적으로 했다는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민변 변호사들도 불법을 저질러 놓고 정치적 탄압이라고 반발하는 것이라면 궁색하다. 불법 수임이나 하는 변호사가 남 앞에서는 인권을 외쳤다면 뻔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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