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드러난 지 사흘 만에 정부는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서둘러 내놨다. 아동학대 어린이집 즉시 폐쇄, 가해 교사와 원장 영구 퇴출,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등 2010년과 2013년 정책 재탕 삼탕이 대부분이다. 추진 도중 무산되거나 축소된 내용도 담겨 있어 졸속의 흔적도 역력하다.
그나마 눈길을 끄는 대책이 보육교직원 자격 강화이지만 인천의 한 어린이집 폭행 교사 역시 1급 자격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 문제인 무상보육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없는 어린이집 대책은 무의미하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무상복지 포퓰리즘 공약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정치권이 무작정 도입한 무상보육 전면 실시가 결국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2년 0∼2세와 5세 무상보육, 2013년 0∼5세 무상보육(양육)이 급작스럽게 도입되면서 가정에서 키우던 전업주부의 아이들까지 어린이집으로 쏟아져 나왔다.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생후 12개월이 안 되는 아기에게 39만4000원, 3∼5세는 22만 원의 보육료가 지원되니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으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도 2012년 4만2527곳에서 2013년 현재 4만3770곳으로 1년 사이에 1243곳이 늘었다.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보육교사가 양산됐지만 절대다수는 최소한의 교사만 고용하는 민간 어린이집이다.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이런 확대 일변도의 무상복지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265건으로 2013년에 비해 14.2% 증가했다. 이 중 가해자가 보육교직원인 경우는 2012년 110명에서 2013년 202명으로 배나 늘었다. 0∼2세 무상보육이 시작된 2012년 이후 3년간 632건의 학대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국민에게 유용한 정보 10선’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나쁜 어린이집’ 명단에는 한 곳도 들어 있지 않다. 연 6조 원의 보육예산을 퍼부으면서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책임을 면키 어렵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업무보고에서 취업모 중심의 보육체계 개편방안을 밝혔다. 고용률 70%라는 국정과제 달성을 위해서라지만 지금 같아선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취업모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무상보육 체제를 전면 재검토해 보육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어린이집 폭행사건은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 문제 해결 역시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를 마음놓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없다면 막대한 예산을 쓰는 무상보육정책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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