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정부가 두손 든 ‘13월의 세금 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소득공제 환급 예산 축소에 따른 월급쟁이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정부가 21일 긴급당정협의를 열고 ‘투항’을 선언했다. 당정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부 신뢰에는 큰 타격을 입었고 소급 적용 방식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왜 이런 오락가락 정책이 반복되는 것일까. 22일 트위터에는 “‘면세점 담배에 세금 물린다’ ‘연말정산 두 번 한다’ 요새 한국어 해석이 잘 안 됨”이라는 트윗이 정부 정책을 비아냥거리듯 빠르게 퍼져 나갔다.

15일부터 21일까지 1주일 동안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연말정산’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된 문서는 4만1345건 검색됐다. 정책 관련 이슈로는 매우 폭발적인 반응이다. 15일부터 18일까지는 2000건 내외로 평온했고 내용도 연말정산 방법 등이 많았는데 세금 폭탄 논란이 일기 시작한 19일부터 언급량이 급증했다. 19일 6290건, 20일 1만3359건, 21일 1만4611건으로 늘었다. 긍정어 분포는 13.2%에 불과하고 부정어 분포가 70%를 넘어섰다. 언급량이 급증하고 분노 어린 부정 여론이 들끓자 정부가 긴급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그 중간 최경환 부총리의 해명성 기자회견은 오히려 불을 질렀고 대통령은 내용을 잘 설명하라는 안이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사용자는 “금연 열사들께서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 담배를 끊어 세수를 절단 내 버리려 했는데 연말정산으로 또이-_-또이가 되어 버린 항거 불능의 상태임돠.-_-”라는 트윗을 올려 연말정산 파동이 담뱃값 인상의 연장선에 있음을 드러냈다. 자동차세, 주민세 인상에다 주세를 올린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이른바 서민 증세, 월급쟁이 유리지갑을 털어 간다는 우려와 공포가 국민을 강타한 것이다.

연말정산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중 압도적 1위는 1만8292건을 기록한 ‘세금’, ‘세금 폭탄’이었다. ‘13월의 보너스’가 ‘13월의 세금 폭탄’으로 둔갑한 사실에 대한 거센 반발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세금 관련 키워드는 ‘법인세’가 2470건으로 10위에 올라 비교 대상이 됐고 ‘서민 증세’, ‘부자 감세’ 같은 키워드도 10위권 밖이지만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2위는 7733건을 기록한 ‘정부’가 차지했다. 연말정산 파동을 부른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찬성으로 통과됐지만 국민은 그 책임을 정부에 물었다고 볼 수 있다. 3위는 4627건의 ‘서민’이, 4위는 3956건의 ‘공제’가, 5위는 3916건의 ‘박근혜 대통령’이 차지했다. 이어 ‘대기업’, ‘직장인’, ‘세제 개편’, ‘유리지갑’ 등이 6∼9위를 차지해 항간의 여론을 반영했다.

‘연말정산 주의 사항’이라는 제목의 트윗글은 “대학생 자녀가 아르바이트로 연 330만 원 이상 벌었다면 납부한 등록금조차도 교육비 공제를 받을 수 없다네. 많이 걷어야 하는 대기업들 법인세 등은 다 감면해 주고 유리지갑은 탈탈 터는구나. 욕이 절로 튀어나온다. ××”라며 격한 감정을 털어놓았고 1500여 건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작년 세법 개정 당시 “서민과 중산층에는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부자 증세라는 말까지 했던 정부의 거짓말에 대한 통박인 셈이다.

또 다른 사용자는 “연말정산 여론이 궁금해 30분을 걸어 세무서 앞 옛 단골집을 찾아 점심식사. 분노가 상당하네요. … 오바마는 오늘 국정연설서 부자 증세로 빈곤층 지원해야 하니 야당은 방해 말라고 했는데”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과 연말정산 파동을 비교해 큰 반응을 얻었다. 연말

연말정산과 함께 언급된 심리 연관어는 세금 폭탄, 불만, 욕, 분노, 공포, 절망 등 거칠고 험악한 언어들로 가득했다. 그만큼 직장인들의 반응이 격렬했다. 정부가 두 손을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연말정산 파동이 금세 다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책 없이 유리지갑에만 눈독을 들이다간 정치권이 큰코다칠 가능성이 많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부자 증세를 통한 소득 불평등 완화를 강조했듯이 우리도 사회적 양극화 해소와 정부의 건전한 재정 확보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