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노동도 할 수 없게 된 지금,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신청해 수급비를 받아 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수급비가 삭감됐다. 사정을 알아보니 지난 확인조사에서 교회로부터 받은 기부금액이 발견돼 소득으로 잡혔다는 것이다.
이 씨는 지난해를 통틀어 교회로부터 단 3회 정도 난방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을 받았을 뿐이다. 이것을 구청에서는 정기적인 금품지원으로 봐 소득으로 산정했다고 한다. 이 씨는 앞으로 교회로부터 기부금을 받지 않을 예정이다. ○ 정기적 금품 지원 받으면 소득 간주
누구보다도 도움이 필요한 분인데, 스스로 기부금을 받지 않겠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원인은 ‘사적이전소득’이라는 요상한 제도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매우 빈약한 분들을 말하고, 이분들에게 국가가 금전을 지원하는 것을 수급비라고 한다. 수급비를 받으려면 소득이 없거나 거의 없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사정이 딱한 것을 알고 초등학교 동창들이 돈을 모아서 주었다면 어떻게 될까.
국가가 기초생활수급제도를 운영할 때 큰 원칙을 정한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그것부터 먼저 활용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노력했지만 해결할 수 없을 때에야 국가가 도와준다. 그래서 능력 있는 아들이나 딸이 있으면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원칙적으로 수급비를 주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지침에서는 부양의무자나 지인, 친인척, 교회, 기타 단체 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경우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
이 소득이 바로 사적이전소득이다. 쉽게 말해 동창들이 매달 100만 원을 모아서 줬다면 원칙적으로 100만 원의 소득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씨 사례처럼 교회 기부금을 받을 때도 소득이 있다고 보고 수급비가 제한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간혹 좋은 뜻으로 경제적 지원을 했다가 자칫 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도 발생한다. 반대로 도움을 받는 측도 애매하게 돈을 받았다가 수급비가 그보다 더 크게 깎일 수 있어서 아예 도움받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사적이전소득 제도는 경제적으로 가장 궁핍한 사람들을 우선 도와주려는 취지에서 도입됐을 것이다. 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처럼 자칫 이웃 간의 아름다운 정마저 머쓱하게 만들 수 있다.
○ 사적이전소득 기준 年3회→6회로 완화
이러한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올해부터 사적이전소득의 기준이 달라졌다. 작년까지는 사적이전소득의 기준이 연 3회였다. 즉, 소득으로 보기 위해서는 그 수입이 정기적이어야 하는데, 작년까지는 지침에서 연 3회 이상이면 정기성을 띤다고 해 이때부터 소득으로 봤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는 연 6회 이상 받아야 정기적인 소득으로 보도록 개정됐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1년에 다섯 번까지는 친인척, 교회, 기타 단체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기적인 소득으로 보지 않는다. 서글프지만 주위로부터 도움을 받을 때 이것이 몇 번째인지 헤아려야 하고 헤아려 본 결과 다섯 번까지는 괜찮은 것이다.
주의할 점은 금액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연 5회 이하의 지원이라고 하더라도 사적이전소득으로 인정되는 총액이 최저생계비를 넘어선다면 초과하는 금액은 소득으로 본다. 아무리 국가 돈 받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이렇게 어려워서야. 제도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가정위탁아동 전세자금대출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인 안타까운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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