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둘러싼 논란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공방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는 MB가 회고록에서 2009년 세종시 수정안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반대한 이유를 ‘정운찬 대망론’에 대한 견제
의도로 본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가뜩이나 나라가 어지러운 마당에 여권이 전·현 정권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모습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MB는 “국정의 연속성을 위해 다음 정부에 참고가 되도록 집필했다”고 하지만 회고록의
내용을 보면 정책 위주로만 썼다고 보기는 어려운 대목도 여러 군데 있다. 국론을 분열시켰던 세종시 문제만 해도 MB가 박 대통령의
당시 속내를 짐작해 활자화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2007년 대통령 선거의 당내 후보 경선 때부터 쌓인 감정의
앙금이 적지 않다는 것이 국민의 인식이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국가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본받지는 못할망정 지난
일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들이 할 일이 아니다.
MB 측이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등 재임 시절의
주요 정책을 일방적으로 자화자찬하고 두둔한 것도 공감하기 어렵다. 특히 자원외교는 국회의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를
정당화한 것은 예상되는 야당의 공세에 맞서 선제적으로 보호막을 친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또 남북 정상회담 추진 비화 등
막후에서 벌어진 남북의 접촉 상황을 공개한 것은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중국 원자바오 당시 총리와의 대화 내용을
소개한 것도 마찬가지다.
MB 측은 발간 시기도 2013년 5월부터 준비해 온 결과일 뿐이라고 하지만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책을 펴낸 것이 과연 오비이락인지는 석연치 않다. 청와대의 유감 표명에 대해 MB 측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은 제외한 것”이라고 응대한 것도 현 정권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대통령 회고록은
국정의 경험과 교훈을 후대에 전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외교안보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마치
훈수를 두듯이 한다면 현 정부가 회고록을 선의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정권재창출에도 불구하고
상호소통엔 소홀했다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국정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면 공개적으로 책을 낼 것이 아니라 ‘대화’를 했더라면
좋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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