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완구 후보자의 특강 6회에 6000만 원, 납득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4일 00시 00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우송대 석좌교수를 하며 급여 6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후보자는 충남도지사에서 물러난 지 한 달 뒤인 2010년 1월 우송대 솔브릿지국제경영대의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이 후보자와 고교 동문인 이 대학의 재단이사장은 이 후보자가 충남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충남도의 교육특보로 임용된 바 있다. 고교 동문끼리 서로 뒤를 봐준 듯한 인상을 준다.

이 후보자는 석좌교수를 하던 15개월 동안 정규 과목 강의를 맡지 않았다. ‘글로벌시대 대학생의 역할과 책임’ 등을 주제로 총 6차례 특강만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이 “1회당 1000만 원씩 받은 황제 특강”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석좌교수의 정당한 급여라고 해명했지만 외부 강사들에게 지급하는 대학의 일반적인 보수 수준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 대다수 대학 강사들은 한 달에 100만 원 안팎의 강사료를 받을 뿐이다.

석좌교수는 대학이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쌓은 사람을 초빙하는 제도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이 제도가 대학과 고위직 인사들이 특혜를 주고받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31개 국공립대의 석좌교수와 초빙교수 1216명 가운데 36%(442명)가 정치인, 고위 공직자, 기업체 임원, 군 장성 출신이었다. 이 중 60%는 정규 강의를 하지 않거나 연구 성과물을 낸 적이 없는데도 최고 연봉 1억 원을 받아갔다. 대학과의 유착 관계가 의심된다. 오랜 공직 경험을 지닌 이 후보자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에 편승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대학에서 후학들과 생생한 현장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대학 측으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고 재능을 기부할 수도 있었다. 대학 등록금 동결과 반값등록금 시행으로 어려운 대학 재정을 고려할 때 6000만 원의 급여는 정상적인 범위를 한참 벗어나 있다.
#이완구#특강#60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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