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상보육 무상급식 빼고 선별복지하자”는 건 말장난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6일 03시 00분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어제 “무상보육 급식 등 기본적인 분야 이외 다른 분야에서는 선별 복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야당이 지금껏 주장해온 ‘보편 복지 고수’에서 크게 양보한 듯 보이지만 기실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 원내대표의 제안에 환영 방침을 밝힌 새누리당도 무엇이 보편 복지이고 선별 복지인지 모르는 모양이다.

선진국에서도 ‘보편적 복지’란 소득과 재산 조사 없이 모든 국민에게 특정 복지 혜택을 평등하게 주는 것을 말한다. 반면 ‘선별적 복지’란 소득과 재산 조사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만 혜택을 제공한다. 현재 무상보육·무상급식·기초연금·반값등록금의 4대 복지 가운데 기초연금은 이미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반값등록금 역시 올해 안에 소득연계형 정부장학금으로 개편되는 선별 복지다. 지금 선별 복지가 아닌 것은 무상보육과 무상급식뿐인데, 새정치연합은 두 가지를 ‘성역’으로 둔 채 다른 어떤 분야에서 선별 복지를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우 원내대표는 기초연금과 반값등록금을 놓고 “이 항목이 기본적 복지인지 선별적 복지인지는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대타협기구에선 복지의 정의(定義)도 바꿀 수 있단 말인가.

데이비드 립턴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한국은 소득불평등이 점점 커지면서 중산층이 줄고 있다”며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이나 보조금 등에 돈을 쓰는 것이 불평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소득 재분배 효과는 ‘세금 복지’보다 선별적 복지가 더 크다는 학계의 연구 결과도 많다. 현행 무상복지와 무상급식을 소득 하위 70% 대상의 선별 복지로 바꿀 경우 2015∼2017년 4대 복지에 드는 비용이 13조5000억 원이 줄어든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추산했다. 이렇게 아낀 예산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국가다.

2011년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고 복지를 시작한 게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한 정치복지로 시작됐다”며 “정치복지는 절대 지속 불가능하다”고 정치권에 쓴소리를 했다. 이제라도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수술하는 방향으로 복지제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
#우윤근#무상급식#선별복지#재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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