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를 찾아간 김 군이 페미니스트들을 싫어한다고 했다는데, 그건 여자들이 자기를 좋아해 주지 않는다는 개인적 원한을 이데올로기 형태로 바꾼 것일 뿐이다. 성폭행 앞에 ‘거룩한’이란 말을 덧붙이고 싶은 것. 좌절된 에로스는 자주 파괴의 욕망이 된다.”
트위터에서 이 글은 1200회 넘게 리트윗됐다. IS에 가담해 세간의 화제가 된 김 군(18)의 행보에 대한 다소 지적인 글이다. “여자가 더치페이 안 하는 게 싫으면 임금격차 줄여서 돈 쓰게 해야지 왜 IS에 가느냐”는 취지의 글도 1000회 넘게 퍼졌다. 최근 IS를 다룬 글이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IS는 ‘Islamic State’의 약자로 흔히 이슬람국가로 불리는 테러조직이다.
일본 트위터 타임라인은 IS가 참수한 인질 사진으로 가득했다. 고토 겐지와 유카와 하루나 참수 소식은 일본 열도를 분노 속에 빠뜨렸다. 그런 가운데 이달 3일 IS가 요르단 조종사를 화형시킨 영상을 공개하면서 세계인들의 분노는 더욱 들끓고 있다. 3일과 4일에만 IS 한국어 트윗과 블로그 언급량이 1만 건을 넘었다. 이틀 동안 전체 연관어는 1위부터 요르단, 조종사, 화형, 동영상, 이슬람 순이었다. 불태워 죽이고 그 장면을 찍어서 내보낸 IS 테러행위에 대한 분노가 강하게 표현됐다고 볼 수 있다.
1월 4일부터 2월 4일까지 한 달 동안 IS를 언급한 트위터와 블로그 문서는 약 16만3942건이 검색됐다. 하루 2000∼3000건의 꾸준한 언급량을 보이다가 1월 17일 터키에서 실종된 김 군이 IS에 가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루 동안에만 1만6450건으로 급증했다. 1월 21일에는 일본인 참수 소식과 김 군에 대한 후속 보도가 이어지면서 1만6293건이 언급됐다. ‘(김 군이) 컴퓨터 게임이나 해외여행 사이트를 자주 접속했다’는 방송 보도가 나오자 이를 ‘게임만물설’로 정의한 트윗이 멀리 퍼져나가기도 했다. 뭐든지 나쁜 일이 일어난 이유를 게임에서 찾는 보도 태도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IS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역시 1만22건의 언급량을 보인 김 군이었다. 한국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들이 김 군 소식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는 뜻이다. 2위는 9077건의 일본인이 차지했다. 일본인 참수 관련 언급에는 식민지배의 잔혹성에 대한 비교 언급을 하는 트윗도 다수 눈에 띄었다. 과거 때문에 불행을 희화화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지만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타고 이런 내용들도 많이 퍼져나갔다.
3위는 김 군이 실종된 터키, 터키인이 차지했고(7614건) 4위에는 비극적 사진이나 영상을 주로 퍼뜨린 트위터(6886건)가 올랐다. SNS의 두 얼굴인 셈인데, 비극적 사진이나 영상이 마구 유포되는 것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6위는 사진, 7위는 시리아, 8위는 한국인이 차지했다. 한국인이 IS에 가담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9위는 10대, 10위는 테러가 차지했고 이 밖에도 동영상, 참수 같은 키워드가 많은 언급량을 보였다. 한 언론이 김 군을 언급한 전교조 교사의 글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면서 전교조가 2379건이나 언급되는 기이한 풍경도 연출됐다.
여론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심리 연관어의 압도적 1위는 2653건을 기록한 ‘싫다’가 차지했다. 사람들은 IS의 잔인한 테러와 이를 담은 사진 또는 동영상에 1차적으로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 ‘납치’ ‘소외’ ‘폭행’ 등의 단어가 이어졌고 ‘돈 벌다’는 키워드도 심리 연관어 상위권에 올랐는데 이는 각종 혜택을 열거한 IS 공개모집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알카에다보다 더 잔인하고 폭력적인 IS의 테러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 공동의 노력이 더욱 절실한 이유는 이들이 돈을 미끼로 청소년까지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김 군이 트위터로 IS와 접촉한 것이 알려지면서 IS 가입 권유 게시글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단이 쉽지는 않을 듯하다. 이 글을 쓰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의 어려움도 다음 트윗 글에 담겨 있다.
“정부는 IS를 이제 죽어라 검색하고 사찰해야 할 텐데, 이놈의 be 동사 얼마나 많이 걸릴까. 역시 영어는 한국인의 영원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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