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는 유승민 원내대표 등 20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취재기자들의 노트북이 차지하는 면적도 크지만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 소속 카메라만 50대에 육박해 회의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같은 시간 새정치민주연합도 회의를 하고 있어서 그나마 분산된 수치다.
공간은 그대로인데 취재 인원이 늘어나는 바람에 국회에서 사진 취재를 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게다가 국회 일정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국회 출입 사진기자들의 쉴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사진기자들은 국회 출입을 싫어하지 않는다. 이른바 ‘초상권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이다. 요즘 사진기자들에게 가장 큰 위협 중 하나가 바로 초상권이다. 무대 위의 연예인을 제외하고 정치인은 초상권을 주장하지 않는 유일한 직업군이다. 그래서 정치인 사진은 가장 얻기 쉬운 편에 속한다. 찍는 사람 쪽에서도 그렇고 지면에 싣는 사람 편에서도 그렇다.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수많은 사진을 올리는 젊은층조차도 뉴스에 얼굴이 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낯선 누군가에 의해 사진이 찍히는 것을 꺼리는 문화의 특성일 수도 있고 좁은 국토에서 ‘얼굴 팔리는’ 게 인생에서 불편함을 초래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광학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사진 취재와 유통은 점점 쉬워지고 있는 만큼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초상권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초상권은 지나치게 엄격하고 비현실적이다. 게다가 언론인들이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나 사회적 합의점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초상권을 침해받았다고 판단한 시민들은 민사소송에 앞서 언론중재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한다. 그러면 언론사가 패하는 때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중재위원회에는 사진이나 영상의 현장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진을 매일 찍어야 하는 사진기자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미국 켄터키대 언론학과 김영수 교수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경험했던 한국의 사진기자 생활과 미국 언론 상황을 비교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초상권이 너무 강하다고 말한다. 모자이크나 흐림 처리를 해서 지면에 싣는 관행이 미국에서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 한국사진기자협회는 작년 한 해 사진기자들의 사진을 총정리하는 보도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유족의 슬픔이 기록된 사진이 없다. 유족들이 공개하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했고 사진기자들 스스로 초상권 보호에 적극 협조한 결과다. 실제로 세월호의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되거나 아예 지면에 실리지 못했다.
정치인과 연예인의 얼굴만 노출되고 기억되는 현실은 왠지 씁쓸하다. 서민의 희로애락이 기록으로 남고 기억되는 사회이기를 사진기자의 한 사람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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