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코스닥지수가 5일 6년 8개월 만에 600 선을 돌파했고 6일도 전날보다 오른 604.13으로 장을 마쳤다. ‘빚내서 코스닥 한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실제로 빚내서 거래하는 신용 잔액 규모가 3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전망 좋은 코스닥 기업 주식을 사서 이익을 남겼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늘 그렇지만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다”와 “크게 출렁일 우려가 있다”로 갈린다.
▷코스닥 시장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녔다. 유망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1996년 문을 연 코스닥은 외환위기 직후 벤처 붐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대장주(大將株)였던 새롬기술 주가는 2575원에서 6개월 만에 30만 원으로 120배 올랐다. ‘미래와 사람’은 냉장고가 필요 없다는 ‘냉각캔’으로 열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다들 뒤끝은 좋지 못했다. 대부분 실적이 따르지 못해 주가가 폭락했다. 피해를 보는 건 뒤늦게 덩달아 뛰어든 ‘개미들’이었다.
▷오랫동안 코스닥은 ‘합법적인 도박판’이었다. 기업 대표들은 툭하면 주가 조작, 횡령, 배임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증권회사 직원들조차 친한 사람들에게는 “사기당하기 싫으면 코스닥 근처엔 가지도 말라”고 말하는 분위기였다. NHN LG텔레콤 아시아나항공 같은 우량 기업은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로 옮겼다. 최근 코스닥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된 건 상장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이 높아지고 시장이 다소 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활발한 물갈이도 중요한 요인이다. 코스피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이 거의 비슷한 데 반해 코스닥은 크게 바뀌었다. 2008년 상위권이던 메가스터디 하나로텔레콤 태웅은 자리를 내주고 다음카카오 셀트리온 메디톡스 동서 등이 새로 올라갔다. 헬스케어 바이오·제약 문화콘텐츠 인터넷 같은 미래 성장 산업들이 눈에 띈다. 새로운 산업, 차세대 기업이 자꾸 자라나야 건강한 시장경제다. 코스닥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을 키운 미국 나스닥처럼 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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