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문재인 새정치연합 신임 대표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에 대해 “독일이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이 학살 현장이나 히틀러 묘소에 가서 참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아직 그 정도의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행보는 적절하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생각나는 대로 아무것이나 갖다 붙이는 것이 비유가 아니다. 적절치 못한 비유는 공감은커녕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직전에 한국 대표팀이 가나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0 대 4의 스코어로 참패하자 세월호 참사에 비유했다가 사과한 적이 있다. 이승만 박정희 시대의 부정 선거와 인권 유린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히틀러의 범죄에 비교될 수는 없다.
히틀러는 정 의원의 비유에 나오는 묘소조차 남아 있지 않다. 600여만 명의 생명을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음으로 몰아넣은 반인륜적 살인마에게는 죽음 뒤에 누울 자리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해방 정국의 혼란기와 6·25전쟁 시기를 제외한다면 이승만 박정희 체제에서 무고한 죽음은 소수였으며 예외적이었다.
정 의원은 작년 4월 북한이 보낸 무인기를 코미디라고 비웃었다. 한 달 뒤 사실로 드러나자 사과는커녕 국방부 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북한 장성택의 실각 때는 국회에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은 비공개 보고 내용을 TV 카메라 앞에서 발표하는 제멋대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문 대표의 이승만 박정희 묘소 참배에 최고위원들은 동참하지 않았다. 모든 역사적 인물은 공과 과가 함께 존재한다. 하지만 두 대통령의 묘소 참배를 히틀러 묘소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비유한 정 의원의 발언은 도를 넘어섰다. 새정치연합이 정 의원과 같은 정치인과 결별해야 국민지지 회복과 집권에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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