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던 새누리당, 대통령에 할 말 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경제가 어려우니 경제 활성화를 하루빨리 이뤄내기 위해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하며 여당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회동이 끝난 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하면서 파문이 일었으나 청와대의 요청으로 “그런 말이 없었다”고 번복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최근 잇따라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런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조해왔다. 복지 예산이 갈수록 부족해지는데도 “경제도 살리고 복지도 더 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박 대통령을 겨냥한 말로 해석됐다. 새누리당의 두 대표가 정작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문제의식을 제대로 전달했는지 의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경제 활성화 가치가 우선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국회에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 한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도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은 대통령께서 걱정하시는 대로 저희들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반성문을 쓰듯 말했다. “할 말은 하는 당 대표가 되겠다” “국정을 주도하는 여당이 되도록 하겠다”던 두 사람이 박 대통령의 말에 맞장구나 치고 나온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새누리당 당원들이 비박계의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뽑은 이유는 박 대통령 집권 후반기의 정국 운영을 당 주도로 이끌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당의 지지도를 밑도는 지금,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에게 “국가 재정 형편에 맞춰 무상복지 대선공약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과감하게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어제 정부는 작년 국세 수입이 10조9000억 원이나 덜 걷혔다고 발표했다. 세수 결손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8조6000억 원보다 많은 사상 최대 규모다.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정부 예산을 늘려 잡았지만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니 세수 결손이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현재의 복지 체제를 유지할 경우 복지 분야의 지출 규모가 16년 뒤에는 300조 원에 육박한다. 국가에 심각한 재정난을 초래하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사태가 불을 보듯 뻔하다. 대통령은 5년 단임이지만 새누리당에는 임기가 없다.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채울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증세#복지#허구#새누리당#대통령#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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