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운동선수는 머리가 나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03시 00분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3년 전 올림픽 성화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나는 태동 단계에 있던 학교체육진흥법을 비판했다. 1%의 운동기계를 겨냥한 학습권 보장, 최저학력제, 주말리그제는 맞는 말이긴 해도 정답은 아니라고 봤다. 그보다는 99%의 공부기계를 위한 운동권 보장과 최저체력제, 주중리그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나의 주장은 현장의 체육인들로부터는 박수를 받았지만 아직 포털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 낯선 단어로 남아 있다.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체육 정상화 방안도 취지엔 공감하지만 유감이다. 공권력 투입이 체육계의 자정 노력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근본적인 치유책은 제쳐둔 채 몰아붙이기만 하면 비리는 더욱 지능화하고 범죄자만 양산된다.

위의 정책들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는 생각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운동선수는 대부분 ‘돌대가리’여서 사회 부적응자가 될 거라는 심각한 오류에 빠져 있다. 오랜 편견 때문인지 체육 관계자와 심지어 체육기자들도 비슷한 취급을 받곤 한다.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운동선수는 나무라면서 셈법에 약할 수도 있는 조수미, 달리기 못하는 아인슈타인에겐 관대하다. 몇 건 터졌다고 체육계 전체가 비리의 온상일 것이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도 문제다.

엘리트 스포츠는 서울 올림픽을 거치면서 급성장했다. 반면에 학교체육은 잘못된 교육정책과 교육열에 밀려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로 남았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뛰어난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올까 의문이 드는 역피라미드 구조가 된 것이다.

밑바탕이 취약하니 은퇴 선수가 전문성을 발휘하거나 낙오한 선수가 진출할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눠 먹을 게 없는 게 선수의 장래를 불안하게 하고, 비리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학교체육이 살아나면 생활체육이 활성화된다. 체육 예산의 50배에 이르는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면 체육 인프라 투자는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 따라서 소수의 운동선수에게 국영수를 시키는 것보다 다수의 학생이 운동을 하도록 만들 방법이 있다면 그게 바로 정답이다.

같은 이유로 골프 최연소 세계 1위 리디아 고가 전인교육을 받는다고 대학에 진학한다면 그건 재앙일 뿐이다.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운동선수#학교체육진흥법#사회 부적응자#엘리트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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