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7일 방영한 다큐멘터리 ‘광복 70주년 특집―뿌리 깊은 미래’ 1편이 대한민국 역사를 편향된 시각에서 묘사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광복과 6·25전쟁이 배경인 이 프로가 남한 사회와 미군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한 반면 공산집단의 만행은 누락했다는 것이다. KBS공영노조는 “반미 반(半)대한민국 내용으로 채워 편협한 목적의식을 가진 다큐멘터리”라며 “공영방송 KBS에서 자행되고 있는 역사왜곡과 불공정은 단호히 배격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다큐는 북한의 기습 남침 사실을 누락하고 1950년 9월 28일 서울 수복 이후 남측의 부역 혐의자 처벌을 부각시켰다. 북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은 배제된 대신 서울 수복 후 피란 가지 못했던 사람들이 뚜렷한 증거 없이 체포되고, 정확한 죄명도 모른 채 사형을 당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식의 해설이 나온다. 흥남 철수의 경우 “흥남에 남은 민간인들이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가 없다”는 설명에 이어 미군의 부두 폭파 영상을 편집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 영화 ‘국제시장’에 나오는 것처럼 흥남 부두의 피란민들이 지금 북한에 남아있었더라면 굶주림과 인권 유린의 지옥에 살고 있을 것이다.
이 프로의 연출자는 “모든 정치적인 상황을 다 설명하지 못했고 팩트만 간략하게 넣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땅을 피로 물들인 북한의 ‘남침’이란 핵심 팩트를 빠뜨린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격동의 역사를 민중의 생활상으로 보여준다고 표명하면서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프로를 만든 제작진이나, 이런 프로를 자체적으로 걸러내지 않은 방송사 모두에 문제가 있다.
공영방송의 필수 요소는 공정성이다. 다큐멘터리의 본질은 진실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KBS가 내놓은 다큐는 공정하지도 않고, 진실과도 거리가 멀다. KBS의 편파 보도는 고질병이다. KBS는 “국내외 정치 상황은 별개의 프로그램에서 다룰 문제라고 봤다”는 공식 견해를 밝혔으나 1편을 보며 누가 후속편을 기대하겠는가. KBS 이사회에서 그제 이 문제가 다뤄졌으나 야당 측 이사들이 “프로그램의 독립성을 해친다”며 반발해 논의가 무산됐다. 명색이 국가기간방송이란 곳에서 편향적이고 왜곡된 내용을 방송한 것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이사회의 직무 유기다. KBS가 이런 프로를 내보내며 국민에게 수신료 인상을 호소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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