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의 78%는 질소(窒素)다. ‘질’은 질식시킨다고 할 때의 그 ‘질’이다. 독일어로도 질소는 ‘질식시키는 물질’이란 의미가 담긴 ‘슈티크슈토프(Stickstoff)’로 쓴다. 공기 중 질소는 색깔, 맛, 냄새가 없다. 특별히 해롭지도 않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누출된 질소에 중독된 근로자가 쓰러졌다는 뉴스가 가끔 나온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질소에 중독된 건 아니다. 좁은 공간에 질소량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공기 중 산소 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숨통이 막히는 것이다. 질소 자체는 해가 없다.
하지만 질소가 산소와 달라붙어 산화물이 되면 이름값을 좀 한다. 질소산화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 물질로 정한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 폐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상온에서 질소는 다른 물질과 잘 반응하지 않는다. 과자 봉지를 질소로 채우는 것도 이런 성질 때문. 유통 중 산소 접촉으로 과자 맛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질소는 고온에서 산소와 결합한다. 벼락이 칠 때 대기 중 질소와 산소가 달라붙고, 화석연료가 탈 때도 서로 반응한다. 그러면서 질소산화물이 생긴다.
정부는 그동안 질소산화물로 대표되는 경유 자동차의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는 데 많은 돈을 쏟아 부었다. 2005년 만든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다는 경유차 소유자에게는 보조금을 주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 엔진으로 개조해도 보조금을 준다. 7년 이상 된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면 지원금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까지 경유차(82만125대) 저공해 사업에 2조3000억 원이 들어갔다.
올해부터는 대기오염 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차를 사도 보조금을 준다. 하이브리드차는 보조금 100만 원에 최대 310만 원의 세금을 깎아주고, 전기차는 보조금 1500만 원에 최대 420만 원의 세금 감경 혜택을 준다.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올 한 해 편성된 정부 예산만 1300억 원이다. 그런데 앞뒤 안 맞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9월부터 경유택시를 도입하기로 한 것. 경유택시에 L당 345.54원의 유가 보조금까지 주기로 했다. 지금은 LPG 택시에만 보조금(L당 221원)을 준다. LPG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경유차의 30분의 1 수준이다.
경유택시 도입은 국제적인 추세와도 거리가 멀다. 홍콩은 2001년부터 경유택시 신규 등록을 금지했다. 영국은 2018년부터 금지한다. 프랑스는 운행 금지 구역을 차츰 넓혀 2020년부터는 파리 시 전역에서 경유차가 다닐 수 없다.
그럼 우리나라는 왜? 경유택시 도입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公約)이다. 택시업계가 LPG 가격 견제를 위해 연료 다변화를 희망하자 받아들인 것. 환경부가 반대했지만 대통령 공약이라는데 어쩔 수 있나…. 복지 분야 등에서 아예 물리거나 후퇴한 공약도 꽤 있던데 경유택시 공약은 굳이 지키려는 모양이다. 지켜서 욕을 먹는 공약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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