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의 이모 부장판사가 인터넷에 익명으로 정치적 편향성을 띤 9500여 건의 막말 댓글을 단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이 판사는 4개의 다른 아이디와 닉네임을 사용해 자신이 판결을 선고했거나 맡고 있는 사건에 관한 기사에도 악플을 달았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도끼로 ×××를 쪼개버려야 한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지역감정을 자극하거나 군사정권 시절의 물고문·전기고문을 옹호하는 댓글도 달았다. 법관이 써서는 안 될 난폭한 표현들이다.
이 판사의 익명 댓글은 페이스북에서 판사 시절 ‘가카 빅엿’이라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실명 비판해 법원장 서면경고를 받은 서기호 정의당 의원과는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법관 윤리강령은 판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사적 공간에서도 구체적 사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익명 발언이더라도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좌든 우든 익명 뒤에 숨어 폭언을 퍼붓는 행태는 옳지 않다. 대법원은 엄중한 진상조사로 법관의 품위를 손상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 판사의 문제행위와 이 판사의 개인정보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수사기관의 정당한 조사가 아니고, 누리꾼이 ‘신상 털기’로 신원을 밝혀냈다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다수의 누리꾼이 ‘누리꾼 수사대’를 자처하며 마녀사냥하듯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파헤쳐 공개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심각한 인권침해다. 이 판사의 경우 악플을 놓고 인터넷 다툼을 벌인 한 누리꾼의 추적으로 신상이 드러났다지만 과연 그런지도 의문이다.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 누리꾼이 4개의 아이디를 사용한 사람을 동일인이라고 지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판사는 이석기 내란사건 관련자에게 감청영장을 발부했다. 이 때문에 보복 차원의 해킹설에, 수사기관 수집정보 유출설까지 나온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포털의 내부자가 개인정보를 불법유출했다면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이 개인정보 공개 경위를 알아보겠다지만 대법원은 강제조사권이 없다. 수사기관이 나서 이 판사의 개인정보 유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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