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물원 사육사 참변, 15개월 전 사고와 판박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6일 00시 00분


지난주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사육사가 사자에게 당한 참변은 15개월 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일어난 사고와 판박이다. 2013년 11월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고 이번에는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사가 사자들에게 물려 죽었다. 둘 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동물원이다. 사육사가 2인 1조 아닌 혼자서 맹수 사육장에 들어갔고, 아무 안전장비 없이 변을 당한 것도 똑같았다. 소방점검 직원이 사육사 김모 씨를 발견하고도 119 신고는 25분 뒤에 하는 ‘늑장신고’ 또한 15개월 전과 다름없었다. 결국 사육사는 사고 발생 후 1시간 가까이 지나 병원에 옮겨져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

사고가 터지면 서둘러 대책을 내놓지만 이내 안전 불감증에 빠지는 것은 새누리당이 집권한 중앙정부나, 서울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지방정부나 마찬가지라니 실망스럽다. 첫 사고가 났을 때 서울시는 부랴부랴 서울대공원 혁신위원회를 만들고 2인 1조 근무, 안전장비 착용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말뿐이었다. 서울대공원은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고, 어린이대공원은 서울시 산하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한다는 이유로 서울대공원 사고 후 만든 규정을 어린이대공원에 적용하지 않은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 또한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대공원은 인디밴드 출신의 안이영노 원장이, 서울시설공단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캠프 출신인 환경운동가 오성규 이사장이 낙하산으로 내려가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어린이대공원은 물론이고 월드컵경기장 청계천 장충체육관 같은 시설들도 운영한다. 이래서야 전문적인 경영과 관리가 이뤄질 수 없다.

박원순 시장은 불법 포획돼 돌고래쇼에 이용되는 제돌이를 ‘동물복지’ 차원에서 2013년 바다에 놓아주었다. 서울시 재원 7억5000만 원이 들어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당시 찬반 논란이 많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실질적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최초로 ‘서울 동물복지계획 2020’을 발표하기도 했다. 동물복지도 중요하지만 사육사의 안전과 인권은 그보다 훨씬 중요하다.
#동물원#참변#어린이대공원#낙하산#동물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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