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출신 김장수 주중대사, 韓中외교 적임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6일 00시 00분


김장수 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차기 주(駐)중국 대사로 내정됐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와중에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사실상 경질된 그가 주요 2개국(G2) 대사로 재등장한 것은 뜻밖이다. 중국통도 아니고 외교적 전문성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터라 새정치민주연합에선 “한중관계를 원활하게 풀어갈 적임자인지 의문”이라며 인선 재고를 촉구했을 정도다.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군 출신이 주중대사를 맡는 것도 처음이고,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4강 대사를 맡는 것도 김 내정자가 최초다. 군과 외교는 대외적으로 국익을 수호하는 채널이지만 직분의 성격과 방법론은 크게 다르다. 김 내정자가 박근혜 정부의 첫 외교안보 사령탑이었으나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된 만큼 외교 현장에서 요구되는 유연성과 전략적 수완까지 갖췄는지는 알 수 없다. 김 내정자 역시 전임 권영세 대사처럼 2012년 대선 캠프에서 기여한 공신이어서 잇단 보은 인사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중관계가 경제협력에서 최상의 수준이라고는 하나 안보 측면에선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놓고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7월 방한 때 박 대통령에게 직접 반대 의사를 전했고, 최근 서울을 다녀간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도 사드가 배치되면 한중관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드를 비롯해 북한의 핵, 미사일 대처와 한반도 통일 등을 놓고 중국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낼 중책이 김 내정자의 어깨에 걸려 있다. 군 출신 김 내정자의 한중 ‘안보협력’에 대해 미국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만큼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매끄럽게 병행 발전시킬 정교한 전략도 중요하다. 대통령의 신임이 있다고 해도 능력이 안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역할이다.

인맥과 관시(關係)를 중시하는 중국으로서도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필요에 따라 주중 대사가 자주 바뀌고, 특히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인사가 오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부임한 전임 대사 중에는 중국 고위층과 접촉이 안 돼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이도 적지 않다. 김 내정자가 군 시절부터 중국 고위급과 교류가 있었다고는 하나 ‘꼿꼿 장수’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전문성과 전략적 마인드를 길러야 한중관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장수#주중대사#보은 인사#한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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