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의 변화’ 실감케 할 靑비서실장 인사 시급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6일 00시 00분


오늘 오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예정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야당이 불참해도 총리 인준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여당의 단독처리든 여야의 표결처리든 결론이 날 것이다. 이 후보자가 인준을 통과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소폭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발표한다. 인준 투표가 순조롭지 않을 경우 개각 발표는 설 연휴 뒤로 미룰 수도 있다. 그러나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까지 질질 끄는 것은 국정 운영이나 국면 전환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어차피 국민의 관심은 개각보다는 새 비서실장이 누구냐에 옮겨 가 있다. 지난달 23일 박 대통령이 ‘이완구 총리 카드’를 내놓았을 때의 인적쇄신 효과는 청문회를 거치면서 빛이 바랬다. 이제 새 비서실장의 인선을 통해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변화한 모습을 보일지의 여부를 알 수밖에 없다.

잇따른 인사 잡음과 청와대 문건 파문, 연말정산 파동 등을 거치면서 민심은 박 대통령에게 ‘국정 수행 지지율 29%’라는 옐로카드를 보냈다. 이런 상태로는 국정을 힘차게 끌고 갈 동력을 찾기 어렵다. 경제 활성화, 4대 구조 개혁, 공무원연금 개혁 같은 핵심 과제들이 좌초한다면 박 대통령도 큰일이지만 나라가 어떻게 될지가 더 걱정이다. 총리 인준 문제로 정국이 급랭한다면 더더욱 대통령의 분신과 같은 비서실장이라도 교체해 민심을 추스르고 국정 운영을 제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후임 실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권영세 주중 대사의 교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실장과 이미지가 비슷한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유력하다는 설도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년간 정책, 인사, 국민 소통 등 여러 측면에서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폭발 직전”이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 인적 쇄신안을 요구한 바 있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보필하는 자리라고는 하나 청와대를 새롭게 하지 못할 듯한 사람이라면 나라를 위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사심 없는 참모가 중요하다고 해도 ‘윗분의 뜻’을 받들기만 하는 비서실장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새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당정, 나아가 야당과의 소통에도 지장이 없어야 한다. 흐트러진 청와대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신선하고 국민 화합에도 보탬이 된다면 좋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민심에 다가갈 수 있는 마지막 비서실장 교체 카드마저 허망하게 날려버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비서실장#인적쇄신#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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