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전국 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만난 김성일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이 한 말이다. 직전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 대한스키협회 회장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0년까지 스키 국가대표를 위해 100억 원을 지원한다더라 → 장애인 스키는 진입 장벽이 낮아 지원만 잘해 주면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도 딸 수 있다 → 100억 원의 10분의 1만 있어도 좋지 않겠느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겨울종목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빙상은 삼성, 컬링은 신세계, 아이스하키는 한라, 봅슬레이·스켈리턴은 대우인터내셔널이 협회장을 맡았고, 지난해 11월 1년간 공석이었던 스키협회 수장에 신 회장이 대의원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후원 체제가 완비된 것이다.
개막까지 1088일 남은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나고 4주 뒤에는 패럴림픽이 열린다. 든든한 대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비장애인 겨울 종목과 달리 장애인 겨울 종목은 후원할 중소기업도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비장애인 종목을 맡은 대기업 회장들이 장애인 종목까지 함께 챙겨주면 어떨까. 김성일 회장은 “그렇게만 되면 너무 고맙지. 그런데 그분들이 장애인체육에 관심을 가져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맞다. 얼마 전 한 장애인 종목단체 회장은 ‘같은 종목’의 비장애인 종목단체 협회를 맡은 대기업 측에 “장애인 종목도 함께 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전했다. 몇 달이 흘렀지만 대답은 아직 없다.
지난해 소치 패럴림픽에서 만난 대회 관계자들의 얘기는 하나같았다. “패럴림픽까지 잘 끝내야 올림픽이 성공한 대회로 남는다”는 것이다. 당시 평창 조직위원회는 “패럴림픽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중앙·지방정부, 민간단체, 기업 등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머리를 맞댈 기업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2013년 현재 국내 등록 장애인은 250만 명이 조금 넘는다. 전문가들은 등록하지 않은 장애인까지 포함하면 4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등록 장애인만 따져도 약 5000만 명인 국내 인구의 5%가 장애인이다. 등록을 꺼리는 장애인을 포함하면 전체 인구의 약 8%가 장애인인 셈이다. 하지만 비장애인이 느끼는 장애인에 대한 존재감은 5%는커녕 0.5%도 안 되는 것 같다.
비장애인 스키는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아직 메달을 신고하지 못했다. 장애인 스키는 이미 2002년에 좌식스키에서 은메달을 땄다. 비장애인과 달리 체격조건의 불리함이 덜한 데다 선수들이 적어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패럴림픽 메달은 곧 평창의 메달이다. 평창이 성공하려면 패럴림픽의 성공이 필수다. 무엇보다 스포츠를 떠나, 5%가 넘는 장애인들도 대기업의 제품을 입고, 먹고, 쓰는 소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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