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의 수사로 사리사욕(私利私慾)에 눈먼 장성들이 방산 비리에 앞장선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 공군참모차장을 지낸 천기광 예비역 중장은 전투기 부품을 교체 정비했다고 속여 243억 원을 가로채는 데 가담한 혐의로 그제 구속됐다. 어제는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2008년 총장 시절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을 통해 방산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됐다. 해공군의 최고위 장성들이 부정한 돈을 챙기는 발판으로 군을 악용한 것이다.
전투 조종사 출신의 천 전 중장이 2006년 예편 후 전투기 정비업체인 블루니어에 ‘군피아’로 들어가 전투기를 놓고 사기 친 행위는 후배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과 다름없다. 이명박정부 시절 해군 서열 1, 2위였던 참모총장과 작전사령관이 강덕수 STX 전 회장(수감 중)으로부터 7억7000여만 원을 뜯어낸 것은 조폭을 연상케 하는 충격적 행태다.
정 전 총장은 아들 명의로 요트 회사를 급조해 STX그룹에 후원금을 내라며 “해군참모총장인 내가 이야기하는데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앞으로 사업할 생각 없느냐”고 했고, 정 전 총장의 아들은 “관함식에서 대통령이 탑승하는 군함에 강회장을 동승하게 해 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이후 STX그룹이 수천억 원대의 유도탄 고속함 및 차기 호위함을 수주했으니 성능에 문제는 없을지 걱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국회 연설에서 “방산 비리는 안보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 행위”라며 강력히 척결해 뿌리를 뽑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에 군사기밀을 넘기고 25억원을 챙긴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을 뿐이다. 통영함 납품 비리와 관련 있는 황기철 해군참모총장 역시 아직까지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있다. 이래서야 방산 비리가 근절될 리 없다. 재직 시 범죄로 한정돼 있는 군인연금 박탈 조건을 대폭 확대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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