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제 모든 역량을 국가 미래의 기틀을 만드는 데 쏟아야 한다”면서 “내각 중심의 적극적이고 강력한 정책 조정을 통해 힘 있는 정책 추동력을 확보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내각 중심’을 언급한 것이 국정 운영 방식을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2013년 8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임명하면서 “국정의 중추 기관은 비서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실이 중심이 되어 정부와 여당을 이끌어 가라”는 주문이나 다름없었다. 김 실장에게 힘이 쏠리고, 청와대가 국정을 주도한 것도 그래서였는지 모른다. 정부 부처의 일부 공무원은 “청와대가 정부 부처의 인사와 정책을 뒤집기 일쑤”라고 전한다. 새 비서실장 인선을 놓고 시끌벅적한 것도 정상이 아니다. 그만큼 대통령비서실의 힘이 막강하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박 대통령은 ‘내각 중심’ 발언을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가 아니라 국무회의에서 먼저 했어야 했다. 새로운 일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에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화요일에 국무회의를 여는 것도 문제가 있다. 박 대통령과 수석비서관들이 중요한 사안들을 먼저 논의한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지시하기 위해 일부러 일정을 그렇게 짰을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새 일주일의 첫 번째 날을 수석비서관회의 주재로 시작한다면 국민의 눈에 수석비서관회의가 더 중요한 것으로 비치게 된다.
지난 2년간 박 대통령은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 스타일 때문에 불통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국무총리 교체를 비롯한 내각과 청와대 개편을 계기로 달라진 이미지를 보여 주기 위해 ‘내각 중심’을 언급한 것이라면 행동으로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이완구 총리도 어제 첫 간부회의에서 “국무총리실이 적극적으로 정부 각 부처를 이끌어 달라”고 주문했다. 내각 중심의 국정 운영이라면 총리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것이 당연하다. 장관이 대통령을 쉽게 만나지 못하고 자기 부처 인사를 마음대로 못한다면 소신껏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내각에 힘을 실어 주려면 총리와 장관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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