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루이지애나 주에 10대 미혼모가 있었죠.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하고 학교를 그만둔 소녀는 싱글맘으로 힘든 순간을 꿋꿋하게 이겨냈습니다. 자식들에게 창의적이고 열정적으로 살라고 가르쳐준 그분.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우리 엄마입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재러드 레토의 수상 소감은 잔잔한 감동의 파장을 일으켰다.
▷해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웃음과 감탄을 부르는 수상 소감으로 화제를 낳는다. 1998년 ‘타이타닉’으로 11개 부문을 휩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나는 세계의 왕이다!”라며 포효했고, 2003년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이 전쟁에 반대한다! 부시 대통령은 창피한 줄 알라!”고 외쳤다. 보통 45초 안에 소감을 끝내야 하는데 주요 수상자나 뭉클한 메시지가 나올 경우 2∼3분도 허용된다. 국내 영화제와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스타들이 ‘○○ 대표님, ○○ 감독님, 가족, 팬들’에 대한 감사 릴레이를 이어가는 뻔한 소감과 달리 그 자체로 짧지만 강렬한 퍼포먼스다.
▷어제 열린 제87회 시상식에선 성차별 이주민 자살 등 사회적 이슈를 녹인 뼈 있는 소감이 이어졌다.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한 ‘버드맨’을 연출한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소감은 철학적이다. “진정한 예술은 비교할 수도, 꼬리표를 붙일 수도, 패배할 수도 없다. 모든 작품은 그 자체로 존재하며 늘 그렇듯이 시간만이 판단할 것이다.”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불우한 삶을 다룬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각색상을 받은 그레이엄 무어의 소감은 최고의 연설로 꼽혔다. 동성애자인 그는 “16세 때 자살하려고 했다”는 고백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남과 다르다고 느꼈을 때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듯한 괴로움에 시달렸다며 무슨 이유로든 그때의 자신처럼 외톨이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위로를 들려줬다. ‘Stay weird, Stay Different.’ 조금 별나거나 달라도 괜찮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지금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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