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성원]JP의 끝나지 않은 내각제 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6일 03시 00분


내각책임제를 향한 김종필(JP) 전 총리의 열정은 아내 박영옥 씨의 빈소에서도 식지 않았다. 그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취임 10년째인데도 여론조사에서 70% 넘는 지지를 받는다”고 하자 JP는 “그러니까 내각제를 해야 된다”고 맞장구쳤다. 앞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맞아서는 “내각제가 이뤄지면 정책의 연속성도 생기고 잘만 하면 17년 동안도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2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조문을 받는 자리에선 “내가 내각제를 주장하다 망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그게 더 좋은 것”이라고 했다. “5년 대통령 단임제인데 5년에 무슨 일을 하느냐”며 MB를 ‘위로’하기도 했다. MB는 집권 3년차인 2010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필요하면 개헌도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운을 띄웠으나 반향을 얻지 못했다.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짧았던 5년 임기를 반추했던 MB도 JP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을 것이다.

▷“대통령 하면 뭐 하나. 다 거품 같은 거지.” 오랜 기간 2인자로서 최고 통치자를 지켜본 노정객은 ‘대통령’이라는 제도에 비판적이었다. “사실 대통령 중심제라는 것은 따지고 보니까 무책임한 것이다. 잘하든 못하든 그 사람은 (임기가 끝나면) 나가버리는 제도”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 가만히 보면 대통령 꿈을 꾸고 있는데 어림도 없다”는 대목은 줄줄이 빈소를 찾은 여야의 차기 또는 차차기 주자들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았다.

▷DJP(김대중-김종필) 정부 2년차에 JP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의 워커힐 회동에서 내각제 개헌 유보를 받아들였다. “내각제 개헌을 밀어붙일 경우 공동정권이 깨질 수 있어 차선책을 택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권력 유지를 위한 거래를 했다는 내각제 추종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JP가 나열한 내각제의 장점은 수긍할 바가 많다. 하지만 국민이 왜 내각제를 흔쾌하게 수용하지 못하는지, 왜 지금도 개헌론이 정치인들 사이에서만 뜨거운지도 돌아본다면 좋을 것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내각책임제#김종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5-02-26 14:40:01

    우리같은 분단국가에서 내각책임제는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인해 사회, 정국이 불안해질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 공약을 실천하기에 턱없이 짧다면 미국처럼 4년 연임제로 개헌하는것은 좋다고 생각됩니다.. 평생 자타 2인자 말은 그냥 참고로 하시면 될듯 ^^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