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푸틴 政敵들의 의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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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전직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2006년 11월 갑자기 사망했다. 망명 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공격했던 그의 사인(死因)은 폴로늄 210 중독이었다. 런던의 한 호텔에서 방사성 동위원소 중 하나인 폴로늄 210이 든 홍차를 마신 뒤 숨졌다. 서방 첩보기관은 러시아 정보부를 배후로 추정했다.

▷옛 소련 시절 반체제 작가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도 독극물 테러의 대상이었다. 러시아 국가정보위원회(KGB) 전직 요원의 자서전에 따르면 1971년 백화점 사탕코너 앞에 줄을 선 작가와 우연히 부딪친 척하면서 그의 팔목에 독약을 묻혔다. 솔제니친은 온몸에 물집이 생기는 괴질로 고생했으나 의사들은 병명을 밝히지 못했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으나 KGB의 공작 목적도 달성됐다. 그건 바로 ‘누구도 믿지 못하도록 만들고 공포에 떨며 살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모든 이를 의심하고 주변을 경계하는 것, 이 역시 죽음만큼 무서운 형벌일 터다.

▷모스크바에서 암살된 푸틴의 정적인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를 추모하는 집회가 그제 러시아 곳곳에서 열렸다. 넴초프는 보리스 옐친 정권 시절에 부총리를 지낸 개혁파 정치인으로 푸틴 집권 이후 반정부 지도자가 됐다. 최근 인터뷰에서 “푸틴이 나를 죽일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국내외에 충격을 던졌다. 런던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석한 리트비넨코의 부인은 넴초프의 죽음에 대해 “기시감(旣視感)을 느낀다”고 말했다.

▷“죽음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옛 소련의 무자비한 독재자 스탈린의 말이다. 스탈린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라이벌을 암살하거나 반대파를 숙청하는 공포 정치의 방식은 끝나지 않은 것일까. 러시아 정국의 긴장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야권은 크렘린이 배후에 있는 ‘정치적 살해이자 테러’라고 주장하고 여권은 ‘음모설’을 제기한다. 국제사회는 “비열하고 냉소적인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이 반드시 법의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이라는 푸틴의 다짐을 믿지 못하고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푸틴#폴로늄 210 중독#보리스 넴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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