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원초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공 하나만 있으면 즐길 수 있다. 몸싸움이 허용된다. 규칙이 단순하다. 스피디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축구의 기원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윗마을과 아랫마을 사람들이 제한 없이 우르르 몰려나와 한나절을 즐겼다. 골이 쉽게 들어가지 않아야 되니 탄력 없는 공을 썼다. 선수와 관중, 훌리건이 따로 없었다. 룰이 없는 게 룰이니 폭력성을 띠게 됐다. 하지만 룰이 없으니 반칙은 아니었다. 이는 중세 유럽에서 저항 운동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당시 축구에 심판이 필요했던 이유는 살인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근대로 들어오면서 축구도 여느 후발 종목처럼 보는 스포츠로 성장했다. 이때부터 각종 규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경기 흐름은 끊기고 예전의 역동성을 잃어갔다. 판정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그런 점에서 최근 축구계가 페널티 지역 반칙 때 페널티킥, 레드카드, 출전정지의 3중 제재를 가했던 것을 완화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지나친 가중처벌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프로 스포츠에서 퇴장을 시킨 뒤 벌금형과 ‘징역형(출전정지)’을 동시에 내리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오심을 막기 위한 비디오 판독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프로야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관중이 오는 스포츠로 성장한 첫째 이유로 나는 주저 없이 억대 연봉 심판의 탄생을 꼽는다. 야구는 심판이 가장 많은 판정을 하는 종목이다. 당연히 오심도 가장 많다. 하지만 훌륭한 전임 심판들이 팬들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런 이유로 비디오 판독은 심판의 권위를 흔드는 데 사용돼선 안 된다. 운영의 묘를 살려 축구는 골 여부, 야구는 홈런 여부 등 결정적인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심판을 뒷짐 지게 했던 야구의 스트라이크존 레이저 판정과 태권도의 전자 호구는 실패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란 말이 있다. 오심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심판이 권위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바로 이게 법치이다.
최근 우리 사회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내려진다. 고법과 대법을 거치면서 판결이 정반대로 바뀌기도 한다. 사법부가 권위를 회복해야 법이 바로 서고, 국민이 안심한다. 심판이 바로 서야 관중이 오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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