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달 국회의원 전원에게 ‘부디 국회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국회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원님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당부드린다’는 서한을 보냈다. 지난해 국회개혁자문위가 5개월의 작업 끝에 마련한 개정안은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무쟁점 법안 신속처리제, 연중 상시 국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축소 등 10개 개선방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여야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등의 의례적 말만 되풀이하다 임시국회를 끝냈다.
‘무쟁점 법안의 일정 기간 후 법사위 자동상정제’는 식물국회법으로 전락한 국회선진화법의 맹점을 보완하는 제도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의 기한 내 미처리 시 본회의 의무상정제’는 불체포특권을 악용한 ‘방탄 국회’를 없애기 위한 취지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민 앞에 약속했고, 지난해 각각 보수혁신특별위원회와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설치해 다짐했던 ‘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내용과 거의 같다. 그런데도 입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특권을 내려놓기 싫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새누리당은 음성적 정치자금과 로비 통로로 활용돼온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작년 말 발의하고도 지금껏 국회 소관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중진 의원의 경우 한 번 출판기념회를 열면 10억 원까지 거둬들이는 사실상의 뇌물창구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도 않고 상한선도 없는 돈을 긁어모을 수 있어 포기할 수 없는 모양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어제 졸속 입법 논란을 빚고 있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통과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미비점이나 부작용에 대한 모든 목소리를 듣고 보완이 필요하면 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까지 위헌성을 지적한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는 하루 만에 손질 운운이니, 국회가 입법권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중요한 법률은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이면서 정작 자신들의 특권 축소를 외면해서는 다시 ‘국회 개혁’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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