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좌담]“청년 氣살리기 등 목표 뚜렷한 ‘참여형 기획’ 강화했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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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독자인 청소년 눈높이 맞춰 기사를 ‘보기’ 쉽게…
의미+재미 모두 잡는 ‘내가 바뀌면…’ 등 기획 큰 기대…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일 본사 회의실에서 ‘독자들은 올해 이런 기사를 원한다’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김사중 스탠더드에디터, 유종헌 미디어연구소장, 고희경 위원, 이진강 위원장, 김성태 위원, 박원재 스탠더드에디터, 이형삼 스탠더드에디터.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일 본사 회의실에서 ‘독자들은 올해 이런 기사를 원한다’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김사중 스탠더드에디터, 유종헌 미디어연구소장, 고희경 위원, 이진강 위원장, 김성태 위원, 박원재 스탠더드에디터, 이형삼 스탠더드에디터.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독자들은 2015년 이런 기사를 원한다

《 뉴스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독자들은 정보 홍수 시대에 어떤 기사를 원할까. 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것에
그쳐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일 ‘독자들은 올해 이런 기사를 원한다’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

―박근혜 정권이 3년 차를 맞아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독자위원회에서는 이 시점에서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독자들은 어떤 기사를 원하고 있는지, 어젠다(의제)를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이진강 위원장=독자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동아일보가 추구하는 방향이 독자들의 생각과 맞아떨어지고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일, 언론이 어젠다를 올바르게 설정해 주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최근의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서 이런 것은 잘 짚어줬다, 독자들의 가슴을 환하게 만들어줬다, 어떤 부분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하는데 아쉬웠다는 등의 얘기를 나눠 보면 좋겠습니다.

김성태 위원=신문의 고민 중 하나는 신뢰성이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의 위상을 찾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시도를 많이 해야 합니다. 편집 방향뿐만 아니라 기사 형식도 다양하게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동아일보의 연중기획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건강 리디자인’ ‘시동 켜요 착한운전’ 같은 기획물은 독자 참여형 성격이 큽니다. 지난해 독자위원회에서 나눈 내용이 일부 지면에 반영된 것도 반가웠습니다.

고희경 위원=연초에 봤던 ‘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 기획은 무상복지나 예산 문제가 내 삶과 연결된다는 점도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하지만 독자를 위에서 내려다보듯 하면서 방향을 정해 놓고 끌고 가려는 점도 부분적으로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의 배려, 약속 편과 같이 독자나 개인들이 잘못하면 야단을 맞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위원장=신문의 기본 덕목은 정론직필입니다. 올바른 정보를 독자에게 알려주고 독자가 알고 싶은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실천 방안입니다. 요즘은 굳이 신문이 아니라도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가 엄청 많아졌습니다. 웬만한 정보로는 관심을 끌 수가 없습니다. 어린이들과 청소년 등 잠재적 독자를 확보하는 방안에도 신경을 더 써야 합니다. 정보들을 쉽게 잘 풀어줘서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계속 정보 공급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계몽적인 측면에서는 어젠다를 잘 정해야 합니다. 독자들이 바라는 것을 파악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건 꼭 끌어가야겠다’는 것을 어젠다로 정해야 합니다.

이형삼 스탠더드에디터=‘독자는 어떤 기사를 원하는가’를 놓고 시사잡지 제작자의 고민도 큽니다. 논쟁적 이슈에 관한 여러 갈래의 흐름을 정리하고, 이를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의 토론 등을 덧붙여 긴 호흡으로 심층 보도하는 것이 시사잡지의 장기입니다. 하지만 요즘 독자들은 분량이 길고 특정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특집 기사를 잘 읽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통합, 변혁과 관련된 중요한 주제라 해도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광복 70년을 맞는 올해는 우리가 걸어온 길, 서 있는 자리, 나아길 길을 짚어봐야 할 의미 있는 해입니다. 관련 심층기획물을 ‘의미’와 ‘재미’가 어우러지도록 만들어내는 게 큰 과제입니다.

김 위원=글쓰기나 형식에서 인포그래픽을 많이 활용하면 어떨까 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어려운 단어나 개념이 들어가면 읽어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독자 맞춤형으로 글을 쓰면서 인포그래픽을 많이 쓰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봅니다. 그림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읽는 기사에서 보는 기사 쪽으로 가져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아일보도 그런 면에서 변화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정보 전달력과 이해력에 인포그래픽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하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 위원장=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그 분야나 사실을 잘 모른다는 가정하에 쉽게 글을 써 줘야 합니다. 인터넷에서는 기사를 쉽게 풀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죠?

김사중 스탠더드에디터=기사를 쉽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댓글 문화 개선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일방적인 비방, 저속한 단어와 욕설 남발, 지역감정 부추기기, 편 가르기 등 부정적 내용이 많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지켜져야 하고 중요한 가치지만 악플은 결국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심각한 폐해가 우려됩니다. 올 한 해 동아일보에선 막말과 악플이 줄어드는 세상을 위해, 건전한 쌍방향 소통을 위해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기획물을 많이 다뤘으면 합니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등의 기획물도 서로에 대한 배려 등 시민의식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위원장=그런 점에서 일반 독자들을 독자위원회에 참여시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김 위원=온라인에서의 비방은 정말 심각합니다. 동아일보가 선플(착한 댓글) 운동을 한 번 더 해도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에 있었던 졸업식엔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들은 아예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힘들어하는 청년들의 기(氣) 살리기 시리즈를 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 위원장=우리 사회가 청년들을 이해해주고 함께 간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동아일보가 앞장서 변화를 주면서 함께 발전하는 사회가 된다면 동아일보 또한 발전하겠지요.

박원재 스탠더드에디터=젊은 독자들을 위한 지면 제작에서 테마도 중요하고 형식도 중요합니다만, 이들의 활자 매체 이탈은 막을 수 없는 추세입니다. ‘착한운전’ 같은 시리즈는 40, 50대보다 20, 30대들이 더 많이 읽어 봐야 할 내용들이지만 젊은층이 기사를 안 보면 의미가 떨어집니다. 젊은 독자들이 이런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숙제입니다. 신문이 올드 매체라는 이미지를 하나씩 없애 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고 위원=지금은 누구나 정보를 빨리 습득할 수 있는 시대라서, 여러 가지 현상을 묶어서 잘 정리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요즘 동아일보 ‘프리미엄 리포트’가 재미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이슈임에도 젊은이들의 관심이 다른 곳에 가 있으면, 거기서부터 출발해 보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 스탠더드에디터=
프리미엄리포트는 주로 진지하고 심각한 얘기를 다뤘습니다. 범죄 피해자 이야기들처럼 어두운 내용을 양지로 끌어내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문화가 있는 날, 문제는 없는가’ 등의 기획으로 소재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이나 전개 과정에서 뒤늦게 아쉬운 점을 발견한 것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이 위원장=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기사와 관련해 동아일보가 박종철 사건 당시 기사를 주도했었는데도, 다른 신문에 기선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을 준 것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고 위원=박종철 사건과 같은 기사는 젊은 독자들이 잘 모르는 사안입니다. 동아일보가 이런 역사 속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친절하게 전달해 주어야 합니다.

―동아일보가 최근 다른 신문에 비해 잘 다뤘다고 생각하는 기사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위원장=동아일보가 연초에 ‘광복 70주년-분단 70주년 대토론회’를 기획하면서 특집으로 다룬 공공도덕 관련 기사는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사회를 밝게 끌어가야겠다는 이슈를 연초에 제시하려고 했던 것 같아 좋았습니다. 지난주 대통령비서실장 임명 기사가 많이 있었습니다만, 국민 시각에서 보는 비서실장, 비서실장 본인이 바라보는 비서실장, 청와대 내부에서 바라보는 비서실장 등 다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신문의 눈’을 보여줘야겠죠. 오늘은 독자들이 원하는 기사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앞으로 독자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정리=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김기성 인턴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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