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경기 광주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네 살짜리 이모 군이 통학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통학버스 운전사는 이 군을 포함한 원생 19명과 인솔교사를 내려준 뒤 버스를 출발시켰고 인솔교사는 모든 원생을 어린이집 안으로 데려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 군은 버스 앞에 남아 있다 운전사가 미처 보지 못해 변을 당했다. 더구나 행인이 뺑소니 사고가 난 줄 알고 신고할 때까지 이 군은 한동안 길바닥에 방치됐다니 기가 막힌다. 2013년 3월 충북 청주에서 김세림 양(당시 3세)이 통학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세림이법’까지 만드는 등 온 사회가 떠들썩했지만 유사한 사고가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올해 1월 29일부터 시행된 세림이법은 어린이집 통학차량의 안전 강화를 위한 나름의 세세한 조치들을 담고 있다. 모든 어린이집 통학차량의 신고 의무, 어린이집 운영자와 운전자에 대한 교통안전 교육 의무화와 위반 시 처벌, 승하차 시 안전 확인 의무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사고를 낸 통학버스는 어린이 통학버스로 경찰에 등록돼 있고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운전사는 지난해 4월 교통안전공단의 안전교육을 이수했는데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교육을 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형식적 교육에 그친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2000년부터 ‘싱크(think)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운전자는 운전하기 전에, 횡단보도를 지나기 전에 차량을 움직여도 괜찮은지 생각부터 하자는 뜻이다. 어린이집 운영자나 인솔교사, 그리고 통학차량 운전자가 부모의 심정으로 어린이들의 안전을 챙긴다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하겠는가. 어린이들의 안전은 제도에 앞서 어른들의 의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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