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드, 朴 대통령이 결단하고 국민에게 당당히 설명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2일 00시 00분


코멘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문제에 관해 “정부의 입장은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라고 말했다. “(미국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 등에서 사드 공론화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것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사드 배치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경우 한미관계, 한중관계 등에서 우리의 외교적 입지와 전략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되면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구매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국가안보를 위한 선택을 자꾸 미루면서 주변국 눈치만 살피게 되면 국민은 불안하고 주변국도 우리를 얕잡아볼 수 있다.

지난해 발표된 김진명의 소설 ‘사드’는 사드를 우리 민족의 생존을 위한 방어 무기가 아니라 중국의 모든 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만능 무기로 그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비슷한 시각으로 “사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의 본토 방어용 미사일이며, 사드가 배치되면 한반도가 중국과 러시아의 일차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사드를 운용하기 위한 X밴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가 2000km에 이르기 때문에 중국을 감시하는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드의 레이더 탐지 거리는 600km에 불과하다. 북한의 핵 개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사실상 방조해온 중국은 한국이 북핵 위협에 대비해 사드를 도입한다 해도 반대할 자격도, 명분도 없다.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키리졸브가 시작된 2일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미사일은 각각 495km, 493km를 날아갔다. 북한이 군사분계선 근처까지 이동발사대를 접근시키면 남한 어느 곳이든 공격할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도입이 미국에 예속되는 것이라는 식으로 일부 좌파 세력이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사실 왜곡이다. 한국의 육상 미사일 방어 대책은 사실상 요격고도 15km에 불과한 PAC-2 미사일뿐이다. 반면 사드는 지상 40∼150km 지점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사드 같은 전략적 무기 체계의 도입 여부는 정부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결단할 사안이다.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다각도로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고 국민들과 주변 관련국을 설득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반대만 할 일이 아니다. 사드 도입을 놓고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중국의 논리를 그대로 추종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최근 이미지 쇄신을 위해 부쩍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다짐을 행동으로 실천하려면 사드 논의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드#THAAD#미사일방어체계#키리졸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