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미국대사가 ‘괜찮습니다. 그래도 전 한국이 좋습니다. 테러리스트 한 명의 뜻이 한국 전부의 뜻은 아니니까요. 사랑해요. 한국 사랑해요. 킴취 알러뷰’라고 말할 부처 멘털일 확률을 구하시오.”(10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10점 만점에 10점을 준 이 @zero***의 트윗은 무려 2822회 리트윗됐다.
김기종 씨에게 습격당한 리퍼트 대사는 지난 1주일 동안 한국의 영웅이었다. 한국인에 대한 그의 각별한 사랑과 따뜻한 말들, 테러 상황에서의 의연한 대응 등은 영웅 서사를 뒷받침했다. 빠른 쾌유에 대해 ‘김치 덕분’이라고 말한 대목은 절정이었다. 테러를 당했는데도 한국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국민의 사랑을 더욱 고양시킨 것이다. 리퍼트 대사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거북선 모형을 선물하자 “가장 보고 싶은 영화는 ‘명량’입니다”라고 말해 또 한 번 한국민을 놀라게 했다. 여기에 대해 @seot******은 “더이상 버틸 수 없다. (털썩!)”이라는 재치 있는 코멘트를 붙인 트윗을 올려 1000회 이상 리트윗을 기록했다.
물론 영웅에 대한 과잉대응도 있었다. 눈도장을 찍으려는 정치인들의 너무 많은 병문안은 리퍼트 대사를 피곤하게 했고 발레, 난타, 부채춤까지 동원한 쾌유 기원 행사도 보기에 따라 과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심지어 대통령의 제부가 이른바 석고대죄 단식을 하는 모습은 사대주의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grea****이 올린 “리퍼트 대사님, 어여, 제발 쾌차하세요. 한국 국민들이 별의별 짓을 다 합니다”라는 트윗은 2651회나 리트윗됐다.
5일부터 11일 오전까지 1주일 동안 리퍼트 대사를 언급한 트위터, 블로그, 뉴스 문서는 무려 29만2554건이 검색됐다. 리퍼트 대사가 테러를 당한 5일 하루 언급량만 13만781건에 이르렀다. 이 정도의 하루 언급량은 윤창중 사건이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논란, 월드컵 개막식 때의 하루 언급량과 맞먹는 규모다. 하루 3만 건 이상이면 모든 언론의 톱뉴스가 되는데, 이 정도 규모는 온 국민이 지대한 관심을 갖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리퍼트 대사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13만3869건의 미국이 차지했다. 이번 사건이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초기 관심을 크게 반영한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나 미국 국무부의 반응 등 한미 동맹에 대한 많은 언급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5만63건의 한국은 4위에 올랐고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한미 양국은 두 나라의 우호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음을 과시했다.
다만 미국 측은 이번 피습에 대해 ‘어떠한 추측도 하지 않는’ 냉정한 태도를 유지한 반면 한국에서는 때 아닌 종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7차례 방북한 사실 등 김기종 씨의 과거 행적이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고 검찰 수사 방향도 테러 배후를 캐는 데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야당을 종북 숙주라고 몰아붙이고 야당은 빨갱이 사냥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박근혜 정부가 국내의 반대파를 공격하기 위해 이 사건을 정치화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정상자의 폭력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려는 것은 과잉 해석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리퍼트 대사 테러 사건을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데 대한 우려다. 4만9032건의 김기종이 전체 연관어 5위에 올랐고 2만7333건의 종북이 6위를 차지했다.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는 발언을 한 박근혜 대통령이 2만5478건으로 7위에 올랐고 흉기, 얼굴, 민화협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이번 사건을 테러로 인식하는 사람(6만5037건)이 피습으로 인식하는 사람(5만8575건)보다 조금 더 많았다. 미국 정부와 언론은 피습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한 반면 한국의 정치권과 언론은 테러라는 규정을 더 많이 했다.
군사전문지 ‘플래툰’의 발행인인 홍희범 씨는 “외교관이 물리적 상해를 입는 사태는 19세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전쟁의 구실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이 굉장히 민감한 사건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것은 국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리퍼트 대사의 인기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당파적 행동은 위험해 보인다. 특히 미국, 중국과의 민감한 이해관계 때문에 정부도 모호성의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같은 중대사안을 포퓰리즘에 기대 밀어붙이려는 정치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 사드의 필요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 전략에서의 냉정함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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