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조롱한 원전 해커에 국가안보실은 손놓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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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해킹한 원자력발전소 도면을 5차례나 인터넷에 올리며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원전을 파괴하겠다”고 협박했던 해커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2014년 1월 2일 통화내용 파일을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원전의 도면과 실험용 시뮬레이션이 담긴 동영상 파일도 공개하면서 돈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발표한 내용들”이라면서도 내용의 진위와 해킹 여부에 대한 확인은 거부했다.

국내 대표적인 사이버보안 전문가로 올해 1월 임명된 임종인 대통령안보특보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사건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는 북한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을 직접 지목했다. 북한의 해커들이 청와대까지 해킹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 “작년 말 이후 추가 해킹을 당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원전의 안전에 위협이 될 만한 징후도 아직은 없다”며 “해킹이라기보다 사이버 심리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오래되거나 일부 공개된 자료라도 이런저런 원전 자료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 중에는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기로 한 중소형 원전 ‘스마트’를 분석한 자료도 있다.

지난해 12월 원전 해킹 사실이 드러난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수사단은 이렇다 할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정보보안 전담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 정보 관리를 세분하는 ‘에너지 공기업 사이버 보안대책’을 마련했으면서도 청와대 녹취록까지 거론하는 범인의 조롱에 속수무책이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영화사 소니픽처스가 해킹을 당하자 즉각 수사에 나서 북한을 배후로 지목했고 두 달 뒤에는 금융 제재 등 보복 조치도 가했다. 한국은 국가 기간시설인 원전과 청와대가 협박을 받고 있는데도 수사에 진전이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대통령국가안보실과 합동수사단은 이른 시일 안에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원전#해커#국가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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