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용절벽’ 기업에 임금인상 압박하다 일자리 더 줄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00시 00분


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고용절벽’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30대 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 예정 인원은 12만1801명으로 작년 실적보다 6.3%(8188명) 감소했다. 새로 뽑는 직원 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그룹은 7곳에 그친 반면 줄어든 그룹은 19곳이나 됐다. ‘질 좋은 일자리’를 대표하는 30대 그룹의 신규 채용이 작년에 10.0%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줄어드는 2년 연속의 ‘고용절벽’ 상황은 우려할 만하다.

대기업들이 직원 채용에 소극적인 이유는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진 탓이 크다. 내년에 도입되는 60세까지의 정년 연장에 따른 신규 채용 여력 감소와, 작년부터 노사 간 쟁점으로 떠오른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인건비 상승도 무시할 수 없다.

일자리를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데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오히려 이를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모습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에 임금 인상을 압박한 데 이어 그제 당정청(黨政靑) 회의에서는 “근로자 생활 보장과 영세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 창출에 도움이 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과 규제 개혁에는 한사코 반대하는 새정치민주연합도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제 도입 등 임금 인상으로 국민소득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보 조사 결과 국내 30대 개별 기업 중 감사보고서 제출을 끝낸 22개 기업의 작년 총인건비는 1년 전보다 7.1% 늘었다. 중소기업에서는 “최저임금이 뛰면서 10년 전보다 근로자 수가 60%나 감소했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의 임금 인상 압박이 현실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소기업이 임금을 올릴 형편이 안 되면 여력 있는 대기업이라도 동참하라는 분위기지만 가뜩이나 심각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만 더 키울 위험성이 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주장하는 ‘소득주도 성장’은 말은 그럴듯하지만 저성장이 지속되는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더구나 이를 관철하겠다고 기업의 팔목을 비틀면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불필요한 규제 혁파와 사기 진작을 통해 기업의 실적 호전을 유도하고 성장의 혜택이 근로자들과 사회, 국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만드는 정공법이 바람직하다. ‘고용절벽’ 탈피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임금피크제와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노동 경직성을 축소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신규 채용#고용절벽#대기업#경기 침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