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끝>기본권 지키려면 납세와 국방의무 이행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03시 00분


[헌법재판소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
38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무를 진다
39조 1항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방의무를 진다

납세와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기위해 꼭 이행해야 한다. 지난달 육군1기갑여단 투우대대가 강원 철원군에서 전차포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납세와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기위해 꼭 이행해야 한다. 지난달 육군1기갑여단 투우대대가 강원 철원군에서 전차포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허완중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허완중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나 그 자녀의 병역 또는 납세의 문제가 빠짐없이 검증된다. 그 과정에서 병역기피나 탈세 사실이 드러나면 거센 비판 여론을 피해갈 수 없고 결국 후보자의 지위에서 낙마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이는 국방의무, 납세의무와 같은 기본의무의 이행을 공직자의 기본적인 자격요건으로 보는 우리 국민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다.

1999년에 있었던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에 대한 위헌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다음처럼 강조했다.

“헌법 제39조 제1항에서 국방의 의무를 국민에게 부과하고 있는 이상 병역법에 따라 군복무를 하는 것은 국민이 마땅히 하여야 할 이른바 신성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일 뿐이므로 이를 보상이 필요한 특별한 희생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병역의무의 이행에 대한 보상책으로 가산점 제도의 부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또 남성만이 부담하는 징병제도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남녀평등을 근거로 여성에게까지 병역의무를 확대하자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헌법 제2장은 국민의 기본권과 함께 기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 제목도 ‘국민의 권리와 의무’이다. 이는 1948년 우리 헌법이 처음 제정될 때부터 변함없이 유지되어 온 것이다. 헌법에서 기본의무의 내용을 명시함으로써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이를 통해 국가의 국민에 대한 추가적인 의무부과를 금지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오늘날 국가는 옛날의 군주국가나 종교국가와 달리 국민과 무관하게 스스로의 고유한 목적을 추구한다든가, 스스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국민이 개개인의 다양한 목적과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헌법을 통해 비로소 국가를 창설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국가는 헌법이 정하는 목적에 구속되고, 그 목적을 수행함으로써 비로소 정당성을 획득한다. 궁극적으로 국민은 자유와 재산, 안전 등 스스로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헌법을 제정하므로 국가의 궁극적인 목적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에 있다.

국민의 기본권은 결국 국가를 통해서 보장된다. 기본권을 보장하는 국가가 없다면, 국민의 기본권도 보장될 수 없는 것이다. 그와 같은 국가가 존속하고 유지되려면 그에 필요한 재정과 국방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국가공동체의 존립과 활동을 위해서 국민이 국가에 대해 대가없이 지는 헌법상의 부담이 바로 국민의 기본의무이다. 기본의무는 기본권에 대응하는 것으로 기본권과 함께 국민의 지위를 형성한다.

기본의무로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국가를 유지하는 데 직접 기여하는 납세의무(헌법 제38조)와 국방의무(헌법 제39조 제1항)이다. 납세 의무는 국가가 살림을 꾸려가기 위해 국민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납부할 의무를 말한다. 국가는 스스로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 한 오로지 국민이 낸 세금을 통해 교육, 복지, 국방 등 국가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

오늘날 국가의 역할이 치안과 국방에서 국민의 모든 생활영역을 조성·배려하여야 할 복지국가로 확대되면서 그만큼 재정수요가 팽창되었다. 이는 결국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세금 문제는 국민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사안이 되었다. 우리 사회의 복지와 증세 논쟁, 연말정산 파동은 바로 이를 반영한다.

헌법재판소는 조세입법에 대하여 조세의 부과징수가 법률에 근거하고 납세의무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부과되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종합부동산세법 등 다수의 법률에 대해 위헌결정을 하였다.

국방의무는 북한을 포함한 외부 적대세력의 직간접적인 침략행위에서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의무를 말한다. 이는 직접적인 병역의무뿐 아니라 향토예비군, 민방위 등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 그리고 군 작전 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할 의무까지도 포함한다. 헌법 제39조 제2항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병역의무 이행을 직접적 이유로 차별적 불이익을 가하거나, 또는 병역의무를 이행한 것이 결과적, 간접적으로 그렇지 아니한 경우보다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결과를 초래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그 의미임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과거 전제왕정이나 독재시대에도 납세와 국방의 의무는 존재하였다. 국가가 유지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

체제를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에 기본의무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허완중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납세#국방의무#헌법#기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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