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중국의 미얀마 오폭 대응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1일 03시 00분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최근 미얀마 북부 코캉 지역 오폭 사건은 중국 외교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미얀마 정부군이 13일 코캉 지역 반군을 폭격하는 과정에서 변경의 중국 쪽 지역 주민을 오폭해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했다. 2월 이후 6만여 명의 미얀마 주민이 중국 땅으로 피란 왔다. 중국 중앙군사위 쉬치량 부주석은 미얀마 국방장관과 통화를 하고 다시 월경 오폭으로 주민 피해가 발생하면 월경해 온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등 조치를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2010년 이후 중국과 미국이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두고 경쟁하고 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이 전략적 영향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중국과 미얀마 국경 지역은 중국 민족주의 정서가 언제든 불이 붙을 수 있는 곳이다. 변경의 미얀마 쪽에는 많은 중국인이 살고 있어 국경을 사이에 두고 교류가 많기 때문이다. 코캉족도 사실은 ‘화이(華裔·중국인 후예)’라고 한다.

코캉 지역에는 소수민족 무장세력인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MNDAA)’이 있다. 정부군에 의해 축출돼 중국 땅에 넘어와 있던 올해 84세의 중국계 반군 지도자 ‘코캉왕’ 펑자성(彭家聲)은 지난해 12월 다시 동맹군을 이끌며 다른 소수민족과 연대해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2월 4일 ‘전 세계 화인(華人)에게 고하는 글’을 발표했다. 인터넷에서 이 글을 본 적지 않은 중국 젊은이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최근 몇 년 동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웅산 수지를 포옹하고, 미얀마 민주화에 지지를 보내는 등 정치 공세를 펼쳤다. 중국은 미국이 미얀마에서 중국을 밀어내고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미얀마에 170억 달러를 들여 송유관과 가스관을 건설하고 있는데 아무런 전략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 미얀마 간 정치적 접근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면서도 중국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믿고 미얀마에 어떤 압력도 행사하지 않았다.

다만 8일에 이어 13일 또다시 오폭 사건으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해 중국인들의 정서를 크게 자극하자 중국 정부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리커창 총리가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를 마치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국경의 안전을 지킬 책임과 능력이 있다. 중국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얀마 국경에는 전투기가 출격하는 등 긴장이 높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얀마 내부의 군사충돌에 개입할 수는 없다. 미얀마 일부 지역에 화이들이 산다고 중국 영토는 아니다. 만약 오폭 사건으로 중국이 군사적 보복을 취한다면 미얀마 정부와 관계가 악화될 뿐만 아니라 미얀마 내 거액의 투자에도 위협이 될 것이다.

중국은 미얀마에 어떤 군사적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고, 코캉의 군사충돌에 말려들 생각도 없다. 코캉에 비록 많은 중국계가 살지만 미얀마는 ‘아시아의 우크라이나’가 아니며 코캉은 ‘중국의 크림 반도’는 더욱 아니다. 미얀마 내부 충돌에 말려들면 중국과 미얀마 간 긴장과 불신감만 높아지고 중국의 주변국 외교에도 여러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다.

미얀마 정부도 중국과 합동으로 조사단을 만들어 오폭 사건을 조사키로 하는 등 이 사건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오히려 시진핑 정부가 내건 외교의 4가지 방침인 ‘친성혜용(親誠惠容·친밀 성실 혜택 포용)’을 실천하는 한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미얀마#오폭#코캉족#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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