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에 이어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황 전 참모총장은 2009년 통영함 계약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중장)으로 재직하면서 통영함에 탑재되는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의 시험평가서를 위조하라고 지시하거나 위조를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직 해군참모총장 2명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은 해군의 수치다. 바다를 지키다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수장된 천안함 46용사가 이 사실을 안다면 통탄할 일이다.
통영함은 국내 기술로 제작한 최첨단 군함이다. 침몰한 함정을 구조하고 탐색하기 위해 2012년 1590억 원을 들여 건조했다. 그러나 불량 음파탐지기를 장착한 사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정작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 때에도 투입하지 못했다. 방위사업청은 시험평가서가 조작된 것을 모른 채 2억 원 상당의 음파탐지기를 41억 원에 사들였다. 이상 물체를 탐지할 능력이 없는 이 기기는 어선에 장착해 물고기 떼를 찾아내는 데나 적합한 1970년대 수준이었다.
해군은 차후 보완을 조건으로 “소해함(기뢰 탐지 및 제거함)의 도움을 받으면 작전이 가능하다”며 지난해 말 통영함을 인수했다. 하지만 최근 소해함에 탑재된 예인음향탐지기(견인 소나) 등 핵심 장비들도 부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해군이 당초 올해 8월 소해함 3척을 인수하려던 계획은 3년가량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해함이 없으면 통영함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방위사업 비리는 부패 이전에 이적 행위라는 지적이 딱 들어맞는다. 소해함 사업을 둘러싼 비리 의혹도 철저히 파헤칠 필요가 있다.
26일은 천안함이 폭침을 당한 지 5주기가 되는 날이다. 서해 수호 의지를 다지며 훈련 중인 장병들은 “적이 도발하면 천안함 전우들의 한을 꼭 풀어주겠다”고 다짐했으나 전직 참모총장 두 명은 감방에서 천안함 5주기를 맞는다. 천안함 사건 이후 군은 북한의 기습 도발에 대비해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고 군 장비들을 대폭 보강했다고는 하지만 통영함과 소해함이 이 정도라면 다른 장비들도 성능을 믿기 어렵다. 북한의 옆구리를 비수처럼 뚫고 들어간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우리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영토선이다. NLL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방산 비리를 철저히 도려내고 무기 체계가 부실한 함정이 북한과 맞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