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15년의 구원(舊怨)’ 정동영과 권노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동영 전 국회의원이 올 1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을 때 자신을 키워준 당을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는지 놀라웠다. 그러나 더 놀란 것은 대중의 무관심이었다. 정동영이 누군가. 새정치연합계 정당에서 의장(대표) 두 차례에다 장관, 대선후보까지 지낸 사람이다. 하지만 화내는 사람도,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손학규가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와는 딴판이다. 그때 손학규, 욕을 무지하게 먹었다. 안타까워한 사람도 많았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미래 가치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손학규는 당시 한나라당 대선주자 중 하나였다. 한나라당에 계속 있었더라면 큰 역할을 했을 것이고, 야당에 가서도 대선후보가 되거나 잘하면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사람들은 봤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에서 정동영의 가치는 거의 소멸됐다. 진보정당 창당을 노리는 ‘국민모임’으로 갔지만 고목나무에 꽃피듯 정치적 부활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권노갑 새정치연합 고문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동영의 탈당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0년 8월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이 된 정동영은 그해 말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만찬에서 동교동계의 전횡을 문제 삼아 ‘동교동계 맏형’ 격인 권노갑의 2선 퇴진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민주당 정풍운동의 기폭제가 됐고 정동영은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권노갑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15년 만의 복수’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세균 국민모임 창당주비위 공동위원장이 정동영에게 4·29 서울 관악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한다. 권노갑 고문은 “야권 분열을 일으킨다면 정치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고 김세균은 “15년 전의 한풀이가 들어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정동영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후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도 점점 더 실망을 주는 길로 갔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정치적 재기와는 멀어 보인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정동영#권노갑#대중의 무관심#미래 가치#국민모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