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에 있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집무실의 한쪽 벽에는 큼지막한 나무 패널 2개가 걸려 있다. 하나는 초중고교생 자살 현황이다. 학생들의 자살 예방을 위한 교육 수장으로서의 의지가 실려 있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다소 의외다. ‘교육부 직원 미혼자 현황’이라는 패널에는 교육부 미혼 직원 통계가 직급별 연령별로 분류돼 있다.
▷이 현황판은 “좋은 가정을 꾸려야 일도 창의적으로 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황 부총리의 지시에 따라 최근 만들어졌다. 비록 교육부에 국한된 자료이지만 ‘비혼(非婚)사회’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휴직자, 해외연수자까지 포함한 교육부 직원 615명 가운데 미혼자는 106명, 여섯 명에 한 명꼴이다. 여기에는 사별이나 이혼으로 인한 ‘싱글’은 제외돼 있다.
▷잘릴 걱정 없는 안정된 직업에 연금까지 빵빵한 1등 배우자감이 결혼을 못한다니! 놀랍지만 사실이다. 미혼자 통계를 보면 30대 이상이 90%, 성별로는 여성이 74.5%를 차지한다. 여성 미혼자가 많은 것은 고학력 고스펙을 갖춘 골드미스가 눈높이에 맞는 상대를 만나지 못하는 현상의 일단일 것이다. 행정고시 합격자가 대다수인 5급(사무관) 미혼자만 해도 남자는 10명인 데 비해 여자는 17명이나 된다. 섬처럼 주변 지역에서 뚝 떨어져 있는 세종시의 특성상 미혼 남녀가 만날 기회와 공간도 적을 듯하다.
▷부인과 사별한 이후 홀로 사는 황 부총리는 누구보다도 가정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 같다. “간부진은 야근해도 좋은데 직원들은 빨리 결혼시켜야 한다”거나 “미혼자 많은 과장은 국장 (승진) 못 되게 하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일을 핑계로 직원을 밤늦게 붙잡아두는 풍토를 비판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업무도 바쁠 텐데 직원 결혼까지 챙길 시간이 있겠느냐”며 오지랖도 넓다고 탓하는 시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에도 포괄적 책임이 있는 사회부총리이기에 소관 밖이라고는 할 수 없다. 만혼과 저출산 해결이 그만큼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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