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의젓한 소년이 3년 전 만났던 꼬마 펠메타란 말인가? 식수펌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후원아동 펠메타의 사진을 보니 에티오피아에서의 시간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월드비전과 함께 에티오피아에 살고 있는 펠메타를 만나러 가게 된 것은 후원한 지 1년이 지난 후였다. 늘 사진으로만 봤던 동생을 언젠가 꼭 한번 보고 싶던 터라 데뷔 후 처음으로 주어진 개인휴가에 주저 없이 에티오피아행을 선택했다. 해외 스케줄로 많은 비행을 했지만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신난 적은 처음이었다.
장시간의 비행, 붉은 흙길의 비포장도로를 8시간 달려 월드비전 짐마게네티 지역개발사업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사진으로 숱하게 보았던 그 아이, 펠메타가 쑥스러운 미소로 나를 반겨줬다.
하루는 펠메타와 물을 길으러 갔다. 물통 대신 사용하는 석유통 안에는 기름찌꺼기들이 남아있었고, 물은 오염돼 차마 마실 수 없는 상태였다. 아이가 힘들어 보여 통에 물을 함께 길어주는데, 이런 물을 내 손으로 퍼주고 있는 현실이 답답했다. 이들에게는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시급했다. 월드비전이 식수펌프를 설치해 마을에 변화를 주고는 있지만 인구수에 비해 많이 모자라 마을 주민 모두 깨끗한 물을 마시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국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물을 구할 수 있는데, 심지어 더 비싸고 좋은 물을 찾는데….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펠메타와 함께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한국의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다. 물을 마실 때마다 오염된 물을 당연하게 마시던 펠메타와 아이들이 생각났다. 너무나 당연해서 감사한 것임을 자주 잊고 사는 깨끗한 물을 마시는 일, 우리가 조금씩 나눈다면 펠메타 같은 친구들에게 건강한 내일을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자연스럽게 트위터에서 에티오피아에 식수펌프를 지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한국뿐만 아니라 태국 일본 등 각국의 팬들이 식수펌프 후원에 동참한 것이다. 월드비전에는 3주 만에 2600여만 원이 모였고, 식수펌프를 지원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나는 에티오피아에 동생을 만나러 갔다 온 것뿐인데, 나보다 훨씬 깊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팬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 있는 3월, 펠메타와 그 마을의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정말 기쁘다. 펠메타는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나인 것 같다. 한국의 내가 깨끗한 물을 당연하게 마시는 것처럼 아이들 모두가 깨끗한 물을 마시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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