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섹시한 남자를 뜻하는 ‘뇌섹남’이 대세다. 유행은 방송이 주도하고 있다. tvN의 ‘더 지니어스-게임의 법칙’은 출연자들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프로게이머 출신 홍진호가 비상한 두뇌플레이로 1등을 차지하며 ‘뇌섹남’으로 부상했다. ‘훈남’(훈훈한 남자)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등 여성들의 로망이 투영된 남자를 지칭하는 용어가 많지만 명민한 두뇌가 등장한 것은 흥미롭다.
▷tvN은 여세를 몰아 아예 ‘뇌섹시대-문제적 남자’라는 프로를 시작했다. 여기에는 IQ 148, KAIST 박사 과정, 공대 수재 등이 출연한다. 방송인 전현무, 시카고대 출신으로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콸콸 쏟아내는 유학생 타일러 라쉬가 대표적 ‘뇌섹남’이다. ‘뇌섹남’은 한국적 유행만도 아니다. 드라마 ‘셜록 홈스’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주인공인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미남이랄 수 없지만 독특한 매력을 가진 ‘뇌섹남’으로 꼽힌다.
▷왜 ‘뇌섹남’일까. 성형수술로 누구나 외모를 바꿀 수 있는 사회에서 남자는 외모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고학력과 경제력을 갖춘 여성들이 똑똑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뇌섹남’은 단지 머리 좋은 남자가 아니라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감각을 지닌 남자를 뜻한다. 머리 좋고 ‘말을 재미있게 하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여성 심리가 반영된 사회현상이다.
▷국립국어원이 2013년 7월부터 1년 동안 139개 온라인 오프라인 대중매체에 등장한 신어(新語) 334개를 조사해 발표했는데 ‘뇌섹남’이 포함됐다. ‘뇌섹남’뿐 아니라 ‘눔프족’(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증세에는 반대하는 계층) ‘금사빠녀’(금세 사랑에 빠지는 여자) 등 특정한 행동양상을 보이는 사람을 통칭하는 용어가 27%나 됐다. ‘뇌섹남’이라는 희한한 용어가 생명력을 얻어 정식으로 사전에 오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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