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12시 무렵 복면을 한 괴한이 일본 도쿄의 주일 한국문화원에 방화를 시도했다. 한국문화원에 입주한 한국관광공사 직원이 발견해 조기에 진화하지 않았다면 우리 공관이 불탔을 수도 있다. 일본 주재 우리 공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1996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범인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본 극우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은 과거 일본이 저지른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부정하거나 심지어 정당화하는 국수주의 움직임이 최근 일본에서 확산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 극우 성향의 잡지, 신문, 인터넷에는 반한(反韓) 및 혐한(嫌韓) 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글들이 넘쳐난다. 일본 사회에서 재일 한국인과 중국인을 겨냥한 민족차별적 횡포마저 나타나 양식 있는 일본 지식인들이 우려할 정도다.
일본 외무성이 최근 해외 주재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원조 성과를 과장해 부각한 것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일본은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금 성격으로 무상 3억 달러의 청구권 자금과 유상 2억 달러의 공공 차관을 제공했다. 이 자금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재원 마련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지원으로 한국이 발전했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은 당시 한국의 국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기업인, 근로자, 공직자 등 국민들이 피와 땀을 흘려가며 이룩한 ‘한강의 기적’에 대한 모욕이자 역사 왜곡이다.
우리 사회 일각의 극단적인 반일 기류와 행동도 함께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달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테러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친북좌파 성향의 김기종은 2010년 7월 시게이에 도시노리 당시 주한 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졌다가 구속됐다. 2012년 8월에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격분한 한국인이 주한 일본대사관에 인분이 든 병을 던진 사건도 발생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항의할 수는 있지만 과격한 폭력적 행동은 금물이다. 이성을 상실한 혐한과 반일이 충돌하면서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양국 모두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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