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성원]한샘版 브루킹스연구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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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전 세계 5500여 싱크탱크의 3분의 1이 몰려 있다. 500여 개는 수도 워싱턴에 집중돼 정책 논의를 이끈다. 싱크탱크의 고급 두뇌가 정부에 들어가고, 공직을 마친 엘리트가 싱크탱크로 나와 정책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발전 전략을 내놓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있다. 싱크탱크들은 그 나름의 정치적 성향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 기부를 통한 재원으로 독립성을 유지하는 까닭에 ‘이해 충돌’ 걱정 않고 거리낌 없이 발언한다.

▷성공한 기업가 로버트 브루킹스가 1927년 설립한 브루킹스연구소는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과학연구소이자 싱크탱크로 꼽힌다. 리버럴 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는 뉴딜 정책, 마셜 플랜, 유엔 설립 등 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정책의 산실 역할을 했다. ‘큰 시장,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보수 성향 헤리티지재단이 1981년 낸 보고서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운영 지침으로 채택했을 만큼 영향력이 있다.

▷국내 1위 가구 전문 기업 한샘의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이 ‘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 4600억 원의 사재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한샘 주식 534만 주 가운데 절반인 260만 주를 공익재단인 ‘한샘드뷰연구재단’에 기부해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을 세우고 리더를 배출하는 싱크탱크를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아궁이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일하는 전통 부엌이 대세였던 1970년, 조 명예회장은 입식 싱크(sink)대를 만드는 한샘을 창업해 주부들의 허리를 쭉 펴 준 혁명적 기업가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이나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도 헤리티지나 브루킹스를 모델로 한 싱크탱크를 지향한다고 말하지만 당의 선거 전략 마련이나 정책 보조 연구의 성격이 짙다. 몇몇 대기업이 설립한 연구소들은 기업 전략과 글로벌 경영 환경 파악 중심이다. 국정 경험과 전문성, 경륜을 두루 갖춘 인재들이 조 회장의 싱크(think)탱크에 모여들어 국가적 과제에 대해 혁명적이고도 통찰력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면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브루킹스연구소#싱크탱크#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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