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상대방의 공약을 헐뜯는 데 골몰하고 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그제 “새정치연합의 재·보선 공약을 보면 지역이 아닌 국가정책 중심의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면서 “가히 대선급 공약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강선아 부대변인도 “아무리 선거가 급하다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선심 쓰듯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서로 제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의 티끌을 꼬집는 꼴이다.
재·보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강화∼영종 연도교 건설과 강화 해안순환도로 완공(인천 서-강화을), 위례∼성남∼광주 지하철 유치(경기 성남 중원) 등 개발사업 중심의 공약을 내놓았다. 모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할 사업인데도 재원 확보 방안이나 경제적인 타당성을 따진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서울 관악을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당선되면 특별법을 만들어 위험한 주거 지역에 사는 국민을 보호하는 대책을 만들겠다”는 엉뚱한 약속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최저 임금을 시간당 8000원으로 인상하고, 재정 투입으로 매년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며, 노인층에 간병료를 지원하는 등 10개 항에 이르는 공약을 제시했다. 적용 대상이 재·보선 지역의 주민을 넘어 전 국민이어서 대통령선거나 총선거를 치르는 듯하다. 이번 재·보선에서 당선되는 4명의 국회의원 임기는 1년 정도에 불과하다. 공약을 지킬 수 있을지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국회의원 의석을 얻겠다는 일념으로 무책임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가 감당할 능력도 없으면서 경쟁적으로 쏟아낸 복지 공약 때문에 지금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이 대표적이다. 여야는 재·보선에 매달리느라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경제활성화 법안 같은 중요한 국정 과제를 다루는 데는 소홀하다. 모든 정치 일정이 재·보선에 맞춰져 있다시피 하다. 여야가 내년 4월 치러질 총선 때는 얼마나 많은 선심 공약을 쏟아내고 국정을 마비시킬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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